프놈끄라움은 캄보디아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에 위치한 마을이다. 고등학교는 아예 없고, 초·중학교는 그나마 교실이 모자란다. 수원시는 2004년 바로 이곳 시엠립주와 국제자매결연을 맺고, 2007년부터 본격적인 국제협력개발사업을 벌여왔다. 교육환경을 바꾸는 일은 그 중에서도 가장 우선한 핵심사업이었다. 2016년까지 초·중학교 교실 1동(10실)을 증축하고, 중·고등학교 6동(13실)을 새로 건축했다. 학교 이름을 수원중고등학교로 명명했다. 시는 이에 더해 영어, 컴퓨터, 한국어, 체육, 보건, 진로 등의 다양한 특성화 교육도 지원했다.

3년이 지난 11월8일 프놈끄라움 수원고등학교에서 첫 졸업식이 열렸다. 12명의 학생이 배출됐다. 첫 고교졸업생을 배출한 졸업식은 그 자체로 마을의 경사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한 성과로 온 마을이 들썩였다. 졸업생 중 3명이 대학교에 진학했다. 그 중 1명은 캄보디아 최고 국립대인 왕립프놈펜에 입학했다. 진학 아닌 선택에도 영광은 뒤따랐다. 영어에 재능을 나타낸 학생은 영어학원 교사로 일을 시작했고, 초등학교 교사시험에 도전한 4명의 학생도 원하던 꿈을 성취했다.

국제전화를 통해 소식을 접한 수원시와 여정을 함께했던 봉사단체 관계자들의 기쁨은 결코 현지만큼 못하지 않은 분위기다. 사실 이번 일의 성과는 수원시의 기쁨을 넘어 대한민국의 기쁨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우리는 국내의 불평등에 관해서는 매우 민감하지만 국제적인 불평등에 대해서는 둔한 편이다. 주지하다시피 국제관계 속에서도, 국가 간의 불평등은 매우 심각해서 더 이상 무관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가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차원에서도 불평등한 국제질서를 바꾸기 위한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 구조적인 모순을 해소해 나가는 노력과 함께 이번 수원시의 경험처럼 개별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한때는 우리도 원조라는 이름의 국제적인 지원을 받아왔다. 헤아려보면 그리 오래 전 일도 아니다. 압축성장의 혜택을 받은 젊은 세대는 이해할 수 없겠으나 보릿고개의 전설도 불과 몇 십년 전의 일에 불과하다. 우리도 이제 가난한 나라의 평화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