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반이었던 1965년도 미국정부의 '세계 학생대표 초청계획'에 선발돼 3개월 동안 미국 각지를 여행할 수 있었던 것은 뜻밖의 기회였다. 서울대에서 매주 두 차례 발행되던 대학신문의 편집장 자격으로 세계 각국에서 선발된 14명의 대학생들과 함께 미국의 대도시들은 물론 중소도시와 농촌마을까지 두루 다니면서 각계각층의 미국인들을 만나보고 워싱턴의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관료들과도 대화를 나누면서 미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하게 되었다. ▶당시 우리나라에 취항하던 유일한 미국항공사였던 노스웨스트편으로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팬암편으로 호놀룰루를 경유해 샌프란시스코까지 비행시간은 16시간 정도였다. 지금은 서울에서 미국의 서부는 물론 동부까지 직항편이 있지만 당시는 도쿄에서 환승이 필수적이었다. 4발 엔진으로 제트여객기 시대를 열었던 B-707은 엔진 소리가 크게 났지만 안락한 기내에서 맛있는 기내식을 제공했다. ▶1969년 프랑스 특파원으로 부임할 때는 이스라엘 정부 초청이 있어서 도쿄에서 아리타리아편으로 홍콩-방콕-봄베이-테헤란을 거쳐 텔아비브까지 20시간 이상 비행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만 해도 에어프랑스나 SAS 같은 항공사에서는 알라스카의 앵커리지를 경유해 유럽으로 가는 노선을 운항하고 있었지만 이스라엘 취재 때문에 파리까지 총 30여 시간을 비행할 수밖에 없었다. ▶파리에서 근무하면서 일 년에 한 번 정도 일시 귀국할 때에는 1974년부터 파리에 취항하기 시작한 대한항공편을 주로 이용했다. 소련과 국교가 없었으므로 유럽이나 일본 항공사처럼 시베리아 항로 대신 도합 20여 시간이 소요되는 앵커리지 항로를 비행하면서 분단국의 한계를 매번 실감하던 기억이 새롭다. 대한항공의 경우 취항 초기에는 B-707 기종을 투입했으나 그 후 DC-10과 B-747 점보기가 오랫동안 취항하다가 수년전부터는 에어버스의 초대형 A380기가 투입되고 있으며 비행시간도 12시간 전후로 대폭 축소되었다. ▶세계 여러 나라의 모든 항공사들은 운항비용을 최소화하고 탑승승객을 최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장거리 비행일수록 승객들의 피로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간 기착이 없는 논스톱을 추구한다. 호주의 시드니에서 런던과 뉴욕까지는 19시간이 소요되는 대표적인 장거리 노선이다. 콴타스 호주항공은 내년부터 B-787-9 항공기를 투입해 19시간 논스톱 비행을 실현하기 위한 시험비행을 계속하고 있어 역사상 최장의 논스톱 항공여행이 현실화될 것 같다.

언론인 신용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