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과 러시아월드컵이 열렸던 지난해는 국가적으로 스포츠를 통한 국민의 행복지수가 전반적으로 높았던 한 해였다.

평창동계올림픽은 한반도 평화의 지렛대가 되어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남북 평화무드 조성에 한몫했다. 러시아월드컵은 명성 그대로 전 세계인이 즐기는 스포츠 축제로 전혀 손색이 없었다.
올해 굵직굵직한 이슈가 넘쳐났던 대한민국 스포츠는 과연 어떠했는가. 결론적으로 국민들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야 하는 스포츠의 본령을 충실하게 수행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한국스포츠의 100년을 되돌아보게 하는 제100회 전국체육대회가 큰 기대 속에 제1회 개최지였던 서울에서 열렸다.

하지만, 국민들 속에 파고들어 기쁨을 주는 우리나라 최고의 스포츠축제라고 하기에는 사실 역부족이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체육회장 겸직 금지를 골자로 하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에 따라 새로운 민간인 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절차가 한창 진행 중에 있지만, 모든 체육인이 주인으로 참여하는 진정한 체육인의 축제가 되지는 못했다.

대한민국 스포츠 혁신의 방향을 둘러싼 정부와 대한체육회 간의 끝 모를 공방을 지켜보는 마음은 더욱 답답하다.

지난 9월 대한체육회는 자체 '체육시스템혁신위원회'를 통해 앞으로 새로운 스포츠 100년을 열어갈 스포츠시스템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인권과 공정성을 타협 불가한 최우선 가치로 천명하고, 수요자 중심 생활스포츠로의 전환에 두었다. 체육인교육센터를 설립하고, 소년체전 및 전국체전의 대회 운영과 국가대표 훈련시스템을 전면 개편하며, 스포츠마케팅을 활성화하여 재정자립도를 높이겠다고 했다. 또 체육단체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보다 앞서 정부주도의 '스포츠혁신위원회'에서는 7차에 걸쳐 혁신 과제를 발표했다. 가장 먼저 스포츠 성폭력 등 인권침해 대응 시스템 전면 혁신,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 및 일반학생의 신체활동 증진을 위한 학교스포츠 정상화 방안이다.

이와 더불어 보편적 인권으로서의 스포츠 및 신체활동 증진을 위한 국가적 전략과 실행방안 마련이다.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스포츠기본법 제정과 스포츠인권기구 설립도 주문했다. 스포츠클럽의 활성화, 엘리트 스포츠시스템 개정, 선수 육성 체계 선진화도 포함된다.

특히 올림픽위원회와 대한체육회의 분리를 권고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스포츠의 백년대계가 될 스포츠 혁신안이 국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심어주기는커녕 혼란과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체육계 학자들과 관계자들마저 정부 권고안과 대한체육회 혁신안에 대한 지지와 반대로 나뉘는 분위기다. 하루속히 소모적인 공방을 끝내야 한다.

상충되는 부분은 시간을 두고 더 깊은 토론을 하고, 동의하는 부분은 실천 가능한 것부터 진행하면 된다.
더욱이 스포츠 혁신안 논의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진행되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나온 대한체육회나 정부의 권고안 어디에도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혁신의 골자는 찾아볼 수 없다. 기존의 순수체육이 학문과 산업영역을 넘나들며 새로운 융합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전국체전보다 e-스포츠에 관심이 많고, 알파고는 더이상 인간이 이길 수 없는 상대가 됐다. AI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축구경기는 생중계 시청률보다 유튜브 조회수로 인기를 판가름하게 됐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바둑과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에 들어갈 거라고 생각이나 했었는가.
4차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로봇공학의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무한한 창의력을 바탕으로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스포츠 혁신안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종헌 인천광역시체육회 부장·체육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