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최근 1년간 경미범죄심사 제도로 선처 받은 피의자 1048명

 

배고픔을 참지 못해 어린 아들과 함께 마트에서 식료품을 훔친 '현대판 장발장' 사연이 연일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최근 1년여간 인천에서 1000명이 넘는 생계형 범죄자들이 경찰의 경미범죄심사 제도로 선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장발장이 양산되지 않도록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인천에서 생계형 범죄를 저질렀다가 경미범죄 심사를 거쳐 선처를 받은 피의자는 모두 1048명이었다.

380명이 즉결심판에서 훈방으로, 668명이 형사 입건에서 즉결심판으로 한 단계씩 감경됐다.

경찰은 경기 침체 등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우발적이거나 실수로 범죄를 저지르는 생계형 범죄자를 구제하기 위해 각 경찰서에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폐지 줍는 일에 종사하는 A(81)씨는 지난 9월8일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 자전거보관소에 있던 철제 책상 다리를 가져가 고물상에 팔아 치운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학생들이 학교 행사에 사용한 뒤 잠시 놓아둔 것이란 사실을 몰랐던 A씨는 졸지에 절도 피의자가 돼 버렸다.

다행히 A씨는 경미범죄심사위원회에서 기초생활수급자이고 고령인데다 전과가 없고 피해품이 회수된 점을 인정받아 형사 입건보다 한 단계 낮은 즉결심판 처분을 받았다.

올 1월에는 기초생활수급자 B(39·여)씨가 서구 한 마트 앞에 있던 귤 한 상자를 몰래 들고 갔다가 경찰에 적발됐으나 경미범죄 심사를 통해 훈방 조치됐다.

이 여성은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가족을 부양하던 중 허기를 달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비슷한 시기 또 다른 마트에서 옥수수빵과 조미료 등 1만원어치 식료품을 훔친 C(78)씨도 경찰에서 선처(훈방 조치)를 받은 경우다.

경미범죄심사위는 그가 고령에 생활고를 못 이겨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경미범죄심사 제도는 사회적 약자의 경미한 범죄를 선처해 사회에 조기 복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특히 기초생활수급자와 생활고를 겪는 노인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약자들이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기 전 조기 발견으로 자립 지원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이 갖춰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동사무소 사회복지사를 활용하거나 이웃을 통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지자체에 알려주는 체계를 마련하는 등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구축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