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방, 중앙 할 것 없이 정치권은 국어사전에도 없는 '협치'를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6·13 지방선거를 거치고 21대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입에 담기도 민망한 말이 됐다. 협치는 먼 이웃나라 이야기인 듯하다. 정치권에선 자신이나 조직의 유불리에 따라 지방의회, 국회 모두 너 나 할 것 없이 결론도 없고, 협의도 없는 정쟁만 지속하고 있다. 그러면서 불요불급한 각종 법률안과 주요 현안 처리는 뒷전이다. 주민을, 국민을 위한 일인데도 말이다.

최근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꼽았다. '상대방을 죽이면 결국 함께 죽는다'는 뜻으로, 분열된 한국사회의 현실을 간파했다. 공명조(共命鳥)는 아미타경, 잡보장경 등 불교 경전에 등장하는 머리가 두 개인 상상 속의 새다. 한 머리가 시기와 질투로 다른 머리에 독이 든 과일을 몰래 먹였다가 둘 다 죽고 만다는 설화 속에 등장한다. 목숨(命)을 공유(共)하는 새(鳥)라는 뜻으로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자신만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공멸하게 된다는 '운명공동체'를 말한다. 한국 정치의 현재 상황은 마치 공명조를 바라보는 것만 같다. 서로를 이기려고 하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죽게 되는 것을 모르나 하는 안타까움마저 든다.
'다른 사람의 의견은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오직 자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처사한다'는 뜻의 독행기시(獨行其是)도 올해의 사자성어로 많은 표를 얻었다. 여야가 출구 없는 치킨게임을 하는 모습을 비유한 말인 듯하다.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이 2% 달성도 불투명해진 상태다. 미·중 무역 갈등, 일본의 수출규제조치 시행 등 각종 대외 악조건을 고려하더라도 과도하게 성장세가 꺾였다는 말이 나온다. 자영업자·소상공인, 중소기업은 힘들다고 아우성친다. 그 어느 때보다 협치가 필요한 때다. 정치권은 협치시대를 어떻게 열 지 다시 한 번 뼈저리게 고민해 보기 바란다.

 

 

이종철 경기동부취재본부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