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백재현 국회의원이 결국 지난 11일 광명시청과 국회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2018년 10월, 뉴스타파와 MBC가 동시 보도한 '세금 도둑 국회의원 추적'이라는 선정적인 제목의 기사에서 광명의 정치 거목인 백 의원이 거론됐다.

당시 광명에서는 '믿을 수 없다'와 '터질 것이 터졌다'는 평가로 엇갈렸다. 이후 꾸준히 백 의원의 2020년도 총선 불출마설은 제기됐다. 그러나 백 의원과 광명갑 지역위원회 관계자들은 애써 상황을 부인하는 모양새였다. 광명갑 지역위원회에서 백 의원에게 공천을 받은 일부 시·도의원은 백 의원이 반드시 4선에 도전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앙에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일 잘하는 '스타 초선' 의원인 표창원, 이철희 의원에 이어 임종석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까지 이어졌다. 인지도 높은 젊은 정치인들의 잇따른 불출마 선언은 백 의원을 더욱 압박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민주당은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는 현역 국회의원의 성적표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위 20%에 포함되면 공개적으로 망신살은 물론이고 당연히 공천은 배제되는 것이다. 백 의원은 불출마 선언으로 평가를 받지 않게 됐다.

뉴스타파가 보도한 '세금 도둑 국회의원 추적'은 광명시민과 국민의 뇌리에 깊숙이 박혔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백 의원은 유령 연구단체 4곳에 정책연구용역 20건을 몰아주고, 1억여원에 이르는 국회 예산을 자신의 선거를 도왔던 운동원과 인쇄업자에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백 의원의 불출마 선언 후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된 광명갑 지역구에는 내년 선거에 나서려는 민주당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다. 그런데 백 의원은 지역위원장직을 유지하면서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할 모양이다. 심지어 그는 광명시 호남향우회에 우윤근 전 국회의원을 소개하기도 했으며, 최측근인 보좌관의 출마설도 나온다.

불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에서 백 의원은 가정으로 돌아가 부인, 손주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지역위원장직을 유지하면서 내년 총선을 지휘하려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못하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라는 생각은 빨리 버려야 후배 정치인과 시민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어른으로 남을 수 있다. 광명갑 지역구에는 신선한 젊은 피가 필요하다는 중론이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한다'는 성경 말씀이 떠오른다.

장선 경기서부취재본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