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조례제정은 근로기준법, 근로복지기본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명시된 노동인권 관련 사항을 따로 정해 지방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노동인권조례는 대전광역시에서 2015년 12월에 처음 제정됐다. 이후 경기 안산시, 충남 아산시, 서울 동대문구, 강원 춘천시, 전남 여수시, 울산광역시 중구 등 몇몇 기초자치단체에서 제정,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수원시도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어느 사안이든 국가의 법률로 규정하면 강력하게 실행될 수 있지만, 여러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입법하는 과정이 힘들다. 한편 법률이 규정해야 할 각 분야의 세밀한 사정을 반영할 수 없어 다수가 이익을 보는 가운데 피해를 보는 집단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률에서는 취지와 기본적 사항만을 규정하고 구체적 내용은 시행령이나 규칙으로, 그리고 각 지방정부의 조례에 위임하고 있다. 다만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하는 방향에서 조례를 법률의 위임 범위에 가두는 것은 중앙집권시대의 폐해로서 시급히 넘어서야 할 사안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방정부의 노동인권 조례 제정은 각 지역의 실정에 맞게 노동하는 사람의 인권을 증진하고 적극 보호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제1조 목적에 조례의 근거 법령을 적시하는 경우(안산시, 수원시 등)와 적시하지 않는 경우(대전시와 아산시)가 있다. 색다른 것은 울산시 중구 조례에서 대한민국 헌법과 관계 법령이라고 적시한 경우이다. 예전에는 모든 조례에 반드시 근거 법령을 적고 조례를 설명해 갔으나,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법률과 조례가 현행법에서는 상하관계로 되어있지만, 분권의 흐름이 확산되는 현실에서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다면 근거법령을 적시하여 조례 범위를 한정지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위원회의 명칭도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 노동인권위원회(아산시)와 노동인권보호위원회(수원시 등)로 '보호'라는 단어의 유무이다. 조례내용은 노동인권의 보호와 증진을 위한 사항을 심의 자문하는 위원회로 규정하고 있어 전혀 차이는 없다. 다만 명칭에서 보호라는 단어만 추가될 뿐이다. 조례 명칭도 대전시(노동인권 증진 조례)만 빼고 모든 지자체가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한 (기본)조례이다. 사회적 약자로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보호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보인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보호라는 단어는 적합하지 않다. 노동인권을 좀 더 적극적 관점에서 인식하고 풀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청소년, 비정규직, 여성, 장애인, 이주민 노동자의 노동인권이 심각한 상황에서 시급한 보호대책이 절실하다. 사각지대에서 고통스럽게 노동을 유지하는 노동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보호받는 소극적 노동자가 아닌 스스로를 인식하고 살아가는 주체적 존재로 살아가기 위한 지원과 정책이 필요하다. 사소한 단어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노동자를 바라보고, 인권을 대하는 인식과 태도의 문제도 섞여 있을 것이다. 추후 노동인권 조례를 제정하는 지방정부나 개정 과정에서는 적극 검토되길 바란다. 지방정부에서 노동자와 노동인권 사항을 좀 더 분명하게 조례에 담아 실행해 나가길 기대한다.

/유문종 경기 수원 2049시민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