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아트스페이스 휴
설치미술가 이상현 개인전
▲ 이상현作 '조선문답, 39분(2017)' /사진제공=아트스페이스 휴


근현대사를 헤집어 정치체제의 갈등 속에서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한 인물들을 작품화하는 설치미술가 이상현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이상현의 '조선 그대는 어디에 있는가' 전시는 이달 31일까지 파주출판단지 아트스페이스 휴에서 계속된다.
2011년 이후 8년 만에 개인전을 연 이 작가는 남과 북 두 체제의 대립, 좌우 두 진영의 극렬한 대립과 갈등을 다양한 작품으로 표현했다.

특히 이 작가는 전시 작품 중 '공명조-두 개의 머리'를 통해 같이 죽게 되는 공명조의 운명이 현재 한국의 상황과 닮아있음을 표현했다. 하나의 몸통에 머리가 두 개 달린 아미타경에 나오는 상상의 새 공명조는 갈등과 분열을 하다 한 머리가 다른 머리의 먹이에 독을 탔고, 죽어가는 다른 머리 역시 복수의 독을 뿌려 결국 파멸에 이른다. 이 작가는 1950년 6월25일 6·25가 공명조 파멸의 날이었고, 2019년 오늘은 더 진화한 좌우 두 머리를 가진 공명조가 서로 독을 먹이려고 노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1913년 발표된 장한몽(일명 이수일과 심순애)을 통해 한국의 근현대사를 객관적 시각으로 바라본 '조선신연애'와 조선의 실학자 홍대용이 쓴 의산문답에서 제목을 가져온 '조선문답' 등이 이번 전시회의 주요 작품이다.

이 작가의 조선시리즈는 2000년대 이후 시작됐다. 1980년대 프랑스와 독일에서 퍼포먼스, 설치를 기반으로 하는 실험적인 작업을 시작했던 이 작가는 빅뱅과 별의 여행, 인공위성, 사하라 사막에 태양광으로 작동하는 외계통신용 인공달 기지를 세우는 작업 등의 설치미술을 하며 현대미술의 떠오르는 작가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1999년 장선우 감독의 영화 '거짓말'에 주인공 제이로 출연하면서 미술가로서의 그에 대한 평가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당시 보수적인 화단의 입장에서 영화에 대한 비판은 배우였던 그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그 당시 배타적인 하나의 조직집단으로서의 한국을 경험한 이 작가는 그 뿌리의 번민과 성찰을 바탕으로 조선시리즈를 작업해 오고 있다.

아트스페이스 휴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이상현 작가는 그간의 영상작업과 아카이빙 자료들을 통해 작업의 이면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했다"며 "고종의 친손자인 이건, 제3인공위성을 쓴 백석, 중립국을 선택한 최인훈의 소설 '광장'의 명준처럼 정치 체제의 대립과 갈등으로 인한 한 개인의 비극적인 삶에서 작가는 공감과 위로를 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박현정 기자 zoey050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