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럼] 경기도 미술관의 변화 반갑다
[제물포럼] 경기도 미술관의 변화 반갑다
  • 박현정
  • 승인 20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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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술관의 도시 뉴욕을 방문했을 때다.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듯 들른 미술관에서는 보는 것을 넘어 체험하는 전시 연계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작품 감상뿐만 아니라 요가, 공연, 아카데미 등을 운영하며 관람객의 발길을 끌고 있었다.

미술관의 부대행사가 궁금해 조사를 해보니 미술관 전시 연계프로그램은 10여년 전부터 운영돼 왔다. 요가 프로그램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처음 시작됐다. 2008년 피필로티 리스트의 전시 'Put Your Body Out' 진행 당시 요가 클래스가 시도됐다. 이후 캐나다 몬트리올미술관, 스페인 국립카탈루냐미술관 등으로 뮤지엄 요가 월드 투어가 이어졌다.


몇해 전부터는 뉴욕 브루클린미술관에서 미술 작품에 둘러싸여 요가와 명상을 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아침 시간 'Art of Yoga' 워크숍이 열리는데 예약 인원이 많아 미술관의 드넓은 홀 안이 꽉 찰 정도라고 한다.

미술 작품을 오감 중 후각과 연계해 감상하는 프로그램도 이색적이다. MoMA의 도슨트였던 노인호 조향사는 잠들어 있던 후각을 깨워 온몸으로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을 내놨다.
그는 모네의 '수련'에 완전히 빠져 있던 어느 날 투명한 초록 내음을 느꼈고 이후 모든 그림에 향기가 있음을 경험했다. '향기와 함께하는 아트 투어'는 그렇게 시작됐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서는 대표 소장품 8점을 향수로 개발해 판매하기도 한다. 밀로의 비너스, 목수 성 요셉, 사모트라케의 승리의 여신 니케, 발팽송의 목욕하는 여인, 전갈좌의 요정, 그랑드 오달리스크, 빗장 등 8점의 명작이 세계적인 조향사 8인에 의해 예술적 가치를 구현한 향기로 태어났다.

몸으로 느끼고 체험하는 미술관의 다양한 부대행사는 최근 경기도 내 미술관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숲속의 아름다운 미술관인 경기도 광주의 영은미술관에서는 2019 미술주간을 맞아 '음악과 함께 빛의 세계를 그리다' 프로그램이 열렸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며 풍성한 음악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해 미술과 음악의 하모니를 보여줬다. 노인호 조향사가 여러 번 강연을 했던 파주 갤러리 카페 헤이리스에서는 전시 작품 중 마음에 드는 그림을 골라 향기를 배합해 나만의 향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그림 조향 클래스가 열리고 있다.

최근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시도되고 있는 다양한 전시 연계프로그램들도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정조와 수원화성을 주제로 한 기획전 '셩 : 판타스틱 시티' 전시실에서 요가 클래스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가 열렸다. 요가 후 도슨트의 전시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하고 차를 마시며 참여 작가로부터 작품 전반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까지 관람객들은 미술관의 능동적 주체자로 참여했다.

11월에는 전시 관람과 향기 수업을 연계한 복합 문화 프로그램 '올팩션 클래스(Olfaction Class)'가 열렸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지난 여름, 2019 소장품 기획전 '재-분류 : 밤은 밤으로 이어진다'의 전시작인 김유정 작가의 '온기'(2016)와 노정란 작가의 '색놀이-북한산과 캘리포니아 해변'(2002-2003)을 루브르박물관처럼 향기로 개발해 낸 바 있다. 향을 기억하는 후각훈련을 하는 올팩션 클래스 참여자들은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하고, 조향사가 개발한 두 작품의 향기를 맡아본 뒤 영감을 떠올려 자신만의 향기를 만들어냈다. 그 과정을 통해 참여자들은 작품과 더 가까이 교감하고 미술관과 더 친밀해지는 과정을 경험했다.

외국의 유명 미술관들처럼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경기도 미술관들의 변화가 반갑다. 이처럼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문턱이 낮아진 미술관은 난해하고 고매한 미술의 이미지를 마음으로 즐기는 편안한 미술로 바꿔 놓을 수 있다. 미술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비밀의 미술관' 저자 최연욱 씨는 "기법이니, 재료니, 역사니 하는 부분은 미술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나 중요하지,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들에게는 중요하지가 않다"고 말한다.

예술과 세상을 연결하는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의 시도가 우리가 미술관을 대하는 자세를 어떻게 바꿔놓을 지, 우리의 문화적 삶을 얼마나 변화시킬지 기대된다.

박현정 경기본사 문화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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