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의 교착 상황 속에서도 개성공단·금강산관광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3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전국 시·도의회 의장단 협의회에서도 인천시의회·강원도의회가 공동 제출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촉구 건의안'이 원안 채택되어 국회와 중앙정부에 전달된 상태다. 또한 인천지역 46개 단체로 구성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인천운동본부'를 비롯하여 전국 각지에서 100여개가 넘는 기관·단체에서도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시작된 개성공단이 중단된지 4년이 됐다. 2008년 7월11일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으로 인해 금강산관광은 11년째 전면 중단된 상태다. 한반도 평화의 시금석으로 평가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이 2018년 9·19 평양공동선언이 나오면서 운영 재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금강산의 남측 시설 철거를 통보해 오는 등 조기 재개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개성공단은 지난 2004년 첫 제품을 시작으로 2016년까지 32억3000만달러를 생산했다. 남북 반출·반입은 139억8000달러를 기록했다. 이처럼 개성공단은 우리의 많은 중소기업이 생산을 늘리고 성장하는데 기여해왔다. 그러나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후 개성에 묶인 설비와 받지 못한 대금 등 기업이 추산한 피해액은 1조5000억원대이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가 산하 108개사를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입주기업 86%가 경영이 악화됐다고 한다. 이 중 10%는 사실상 폐업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이후 강원도 고성군 등 인근지역이 직·간접적으로 입은 피해액은 400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투자기업들의 손실은 1조568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은 남북화해와 평화의 견인차이자, 남북한 경제성장의 모멘텀이다. 2017년 12월 발표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30년간(2018~2047) 남한은 159.2조원과 4.12조원, 북한은 각각 51.3조원과 17.3조원으로 전망했다. 또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통한 한반도 평화경제 구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남북한의 경제협력사업은 최근 저성장 기조의 한국 경제 체질을 바꿀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군사·안보적 요인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미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은 남북의 상호 호혜와 공리공영의 사업으로 검증되어 왔다. 남북의 공동이익과 한반도 평화·번영, 더 나아가 동북아 평화질서 구축을 위해서도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은 시급히 재개돼야 한다.

현재 북미 관계가 답보 상태지만 이러한 상황일수록 남북관계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정부가 다시 한반도 평화의 운전자로 나서야 할 것이다.

이용범 인천광역시의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