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신문에 실린 부평 미군부대(캠프마켓)의 전경 사진이 눈길을 잡아끈다. 도심내 광활한 저 땅이 인천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꼭 80년만이다.

한반도를 식민통치하던 일제는 1939년 이곳에 한강 이남 최대의 군수공장인 조병창을 지었다. 갈수록 전선이 확대돼 가는 중일전쟁의 병참기지를 만든 것이다. 강제노동의 현장이었던 이 조병창은 1945년부터 다시 미군 군수지원사령부인 '애스컴 시티'로 쓰였다. 1970년대 애스컴 시티가 해체된 후에도 44만㎡ 규모의 캠프마켓은 2011년까지 유지돼 왔다. 한국과 미국이 2002년 캠프마켓 부지 반환을 결정하고도 17년이 더 걸려 돌아온 것이다.

정부는 지난 11일 미국과 제200차 소파(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 합동위원회를 열어 반환 절차가 장기간 지연됐던 4개 미군기지를 즉시 반환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부평 캠프마켓과 원주 캠프이글·캠프롱, 동두천 캠프호비 쉐아사격장 등이다. 부평 캠프마켓은 2011년 7월 폐쇄된 이후 내년 8월 평택으로 이전 예정인 빵공장만 가동되고 있다. 정부는 오염 정화 기준과 책임을 놓고 미국과의 이견으로 완전 반환이 늦어졌지만 해당 지역마다 조기 반환 요청이 잇따라 즉시 반환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이날 합의는 '선 반환, 후 협의' 방식이다. 한·미는 캠프마켓 등의 즉시 반환에 합의했지만 환경조사와 오염 정화 책임을 둘러싼 협의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국방부는 지난 6월 캠프마켓 북측 부지에 대한 토지오염 정화용역에 착수했다. 이 정화작업은 2022년 완료될 예정이다.

이제부터는 온전히 인천이 할 몫이다. 인천시는 토양오염 등으로부터 안전성이 확보되는 대로 우선 시민들에게 개방한다고 한다. 이 땅에는 2009년 공원(71%), 공공청사(7%), 문화시설(3%) 등으로 토지 이용 방안이 세워진 지구단위계획이 있다. 인천시는 시민들의 의견을 최우선 반영해 2021년까지 이용방안을 수정·보완한다는 계획이다.

부평 미군기지는 거의 한 세기동안 민족의 애환이 점철된 땅이다. 이 땅을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이정표로 삼을 수 있는 창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