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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발행되기 시작한 미슐랭 가이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신뢰를 받는 식당과 호텔 평가 책이다. 프랑스의 타이어 회사인 미슐랭에서는 1900년 타이어 구매 고객들에게 자동차 여행안내 책자를 만들어 고객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자동차 정비요령과 주유소 위치 등이 주된 내용이었고 식당 소개는 부수적이었으나 해가 갈수록 호평을 받게 되었고, 1922년부터는 유가로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대표적인 식당 평가서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그 후 한 세기가 흐르는 동안 공정성과 전문성 그리고 신뢰도를 바탕으로 '미식가들의 바이블'로 자리매김했다.

▶필자가 처음으로 프랑스판 미슐랭 가이드를 구입한 것은 1971년도로 기억된다. 프랑스에서 신문사 특파원으로 근무하면서 지방여행 때 알맞은 호텔이나 식당을 찾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지침서였다.
요즘처럼 인터넷 검색이 없던 때였음으로 파리에서 적당한 맛집을 찾거나 지방 출장을 계획할 때는 미슐랭을 참조해야만 했다.

▶미슐랭 가이드가 프랑스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신뢰를 받는 것은 전문적이고 엄격한 평가방법 때문이다. 식당 평가요원들은 평범한 손님으로 가장해 한 식당을 일 년 동안 많게는 5~6차례 찾아가 직접 시식해 평가를 내린다. 음식의 맛과 가격 그리고 분위기와 서비스 등을 바탕으로 최고급 식당들을 엄선해서 ★★★(요리를 맛보기 위한 여행을 가도 아깝지 않은 식당), ★★(요리를 맛보기 위해 찾아갈 식당), ★(특별히 맛있는 요리)로 나누는데 프랑스에는 스타급 식당만도 600여개에 달한다.

▶스타급 식당 이외에도 포크 수로도 일반 식당의 등급을 매기는데 미슐랭 가이드에 일단 등재만 되면 프랑스에서는 성공한 식당으로 인정받는다. 따라서 스타급 식당의 별따기 경쟁 역시 만만치 않으며 일단 스타가 되면 손님이 30~50%가 늘어난다는 것이 통설이기도 하다. 그러나 스타급이 되었다가 강등되는 경우의 타격도 만만치 않다. 2003년에는 잘 나가던 별 3개 식당의 셰프는 별 2개로 강등되자 자살하는 비극도 있었다.

▶그러나 근년 들어 미슐랭 스타를 유지하는데 심리적 압박이 크고 손님들도 값비싼 식당이라는 선입관 때문에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스타 반납 사태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가이드의 총책임자인 풀레넥 씨는 2019년도만 해도 68개의 식당이 스타급에 등극하면서 강등된 식당도 있는 자체가 심사의 공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디지털시대에 만인이 평가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미슐랭의 영향력도 도전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