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치기.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지만 남보다 늦게 와서 빨리 가는 파렴치한 행위다. 운전 중 앞으로 바싹 끼여드는 차를 제재할 방법은 딱히 없다. 얄미운 마음이지만 '욱'하고 들이미는 차를 막을 수도 없고, 속으로 삭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인천대공원 앞 수도권을 잇는 외곽순환고속도로 장수IC 진입로는 심야시간대를 제외하고 항상 장사진이다. 대공원에서 부천 방향으로 합류하는 도로와 진입로가 겹쳐 있고, 진입 후 송내 구간이 만성 정체인 것이 주원인일 것이다. 진입차선인 4차선은 긴 행렬인데 3차선, 심하게는 2차선에서도 끼어드는 차가 한두 대가 아니다. 새치기가 없다면 그렇게 정체가 길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결국, 제대로 차선을 지키는 사람들의 시간을 훔쳐가는 행위로 보인다.

새치기의 사전적 의미는 '순서를 어기고 남의 자리에 슬며시 끼어드는 행위', '중간에 끼어들어 성과를 가로채거나 일의 진행을 방해하는 행위나 그런 사람'을 일컫는다. 우리 주위에서도 흔한 게 새치기다. 커닝, 성적 조작, 거짓 스펙, 허위 증명서, 낙하산 인사, 모함, 음해, 무고 등 남보다 앞서기 위해 본인이 노력하는 것보다 훨씬 쉬운 '가짜'가 많다.

남보다 앞서 있는 사람은 이유가 있다.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시작했거나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했기 때문이라고 인식한다. 그런 정당한 이유를 무시한 채 추월하려 한다면 제재가 따라야 한다. 선거에서도 높은 지지율을 받고 있는 출마자는 당연히 합당한 노력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정당한 노력보다는 음해나 왜곡, 정권이나 공권력에 불공정한 방법으로 의지한다면 일종의 새치기이며, 절도 행위임에 틀림없다. 다른 사람의 성과를 가로채는 새치기는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자칫 죄의식 없이 널리 퍼질 수 있다.

공정하고 안정된 선진사회로 가는 최선의 방법은 사회적으로 합의된 룰에 따라 각 개인이 도덕과 양심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이미 진행이 된 후에는 잃어버린 노력에 대한 원상회복이나 청구에 새로운 노력이 투입돼야 한다. 새치기 등 결과 후의 제재보다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위반하지 못하게 예방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하나의 예로 경인고속도로 신월분기점 부근은 4차선에서 직진 차선이 2차선으로 줄어든다. 남부순환도로와 목동으로 나가는 3, 4차선은 상대적으로 교통량이 적어 이 차선을 주행하다가 1, 2차선으로 새치기하는 차들이 많았다. 하지만 분기점 전에 분리봉을 설치해 새치기를 어렵게 만들었다. 안전한 운전에도 도움이 될 듯싶다.

또한 서비스기관 등에서는 대기 번호표를 발부하고 예약시스템을 활용하며, 위반이 심한 도로구역에서는 CCTV를 설치하는 등 예방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와 같이 새치기를 원천적으로 예방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공정한 사회를 이루는 기초가 될 것이다. 장수IC 진입로는 오늘도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지만, 거의 대다수의 운전자들은 자기 차선을 지킨다.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유력인사의 '금수저' 자녀가 명문대에 합격하고, 국회의원의 자제가 '신의 직장'에 입사하고, 권력자의 측근이 지지율에서 뒤지다가 역전 당선되더라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는 사회가 정상이다. '뿌린대로 거두는' 그런 공정한 사회에서 살고 싶다는 소시민의 희망이 이뤄져야 한다.

신경식 UN지속가능발전교육인천센터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