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이 진하고 맛있어서 한번 가면 또 찾아가지 않을 수 없다고 소문난 왕갈비탕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소문대로 왕갈비탕을 맛나게 먹었다. 함께 간 일행들도 잘되는 집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반찬은 김치와 깍두기 2가지인데 그 역시 원산지표시를 보니 국산이었고 아주 깔끔한 맛이었다. 여럿이서 먹다보니 김치도 깍두기도 금새 바닥이 나서 반찬 좀 더 달라고 종업원을 부르려 하니 반찬을 담은 이동식 카트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추가 반찬은 셀프입니다'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그 집에서도 그동안은 손님이 반찬 좀 더 달라고 하면 얼른 가져다 주거나 아니면 미리미리 더 필요한지 물어보고 알아서 채워주곤 했다고 한다. 이제는 셀프로 바뀐 것이다. '물은 셀프'가 된 식당은 이미 많이 있지만, 추가 반찬 코너를 만들어 놓은 식당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또한 주문한 음식이나 음료를 로봇이 전달하는 식당도 등장하고 있다. 주문도 종업원이 와서 받는 것이 아니라 상점에 들어가면서 기계에서 스스로 선택하는 방식을 도입한 경우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스스로 선택하고 주문하는 일에 이제 더 익숙해져야 할 상황이 된 듯하다.

점심 식사 후에 음료를 마시며 대화를 하러 커피숍에 들릴 때 어떤 곳에서는 '키오스크'라고 부르는 기계를 이용해 주문을 하게끔 되어 있어서 처음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라 다소 당황하기도 한다. 그래도 금방 익숙하게 주문도 하게 되고, 어찌보면 더 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리 앱을 이용해 주문을 해 놓으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음료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하는 커피숍도 있다. 하루는 아침에 시간이 30분 정도 여유가 있어서 전철역 근처서 커피나 한잔 사서 마시며 천천히 책을 좀 읽을 요량으로 커피숍에 들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했다. 한참을 기다려도 커피가 나오지 않아서 어찌된 일인지 봤더니, 다른 많은 손님들은 이미 주문을 해놓고 와서 바로 커피를 받아가고 있었다. 그러니 현장에서 주문한 커피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셀프(self) 서비스와 더불어 언택트(untact) 서비스의 적용 범위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고객과의 직접적인 접촉이 없이도 기계나 앱을 이용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언택트 서비스라고 한다. 앞에서 살펴 본 음식점 추가 반찬을 스스로 가져오는 방식은 셀프 서비스라고 하겠고, 커피숍에 가기 전에 미리 앱을 통해서 주문을 하는 방식은 언택트 서비스에 해당된다. 물론 이러한 방식의 서비스는 점차 증가하고 있고, 그 적용 범위도 매우 확대되고 있다.

공공 부분에서도 이러한 기술적인 발전과 사회적인 변화를 적용한 다양한 혁신적인 서비스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예를 들면 '정부24'에서는 민원인이 그동안 주민센터 등을 방문해 발급을 받아야 하던 각종 민원서류를 인터넷으로 발급받을 수 있게 하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면 참 편리하고도 의미 있는 변화라고 하겠다. 행정기관은 물론 각종 공공기관에서의 서비스도 점차 사용자 중심으로 편리하게 전환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편리함을 향유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있다. 스마트폰이라는 매개체나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 등을 이용해야 한다든지 새로운 방식의 주문이나 요청 방식을 익혀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환경과 기술의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때로는 더 불편한 상황이 되기도 한다. 마치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갔는데 도움을 주는 사람은 없고 스스로 기계와 대화하고 스마트폰으로 앱을 가동해 뭔가를 처리해야 한다면 상당히 당황스러울 것 같다. 물론 이러한 교통약자를 위한 헬프(help) 데스크를 운영하고 있다. 공공서비스에서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다양한 조치와 대응방안을 면밀히 준비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일상 생활을 하면서 점점 셀프로 처리해야 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때로는 헬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이 있는 경우도 있다. 이 두 가지 방식의 서비스를 어떻게 조화롭게 준비하고 활용하느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에서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분야라고 하겠다. 언택트 셀프 서비스가 더욱 편리하고 유용한 분야도 점차 늘어나고 있으나 도움이 없으면 불편하고 답답해 할 상황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경제적 가치와 더불어 사회적 가치도 함께 추구해 나가는 길은 이런 서비스 제공 방식의 설계에서부터 찾아볼 필요가 있다.

김연성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