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미친나?, 마을미디어가 뭐라꼬 허구한 날 …" 얼마 전 마을미디어 활동한다고 기획회의다 촬영이다 편집이다 뭐다 하며 집 밖을 나서는 한 여성활동가에게 남편이 한 말이라는 푸념 섞인 우스갯소리다. 그 말에 착안하여 주민제작단 발표회 표어에 '미·친·나(미디어와 친해진 나)'라는 문구를 사용한 적이 있다.

스마트폰 사용이 모든 세대, 전 연령층으로 보편화되면서 온갖 종류의 미디어 영향력이 현대인의 삶을 지배한 지 오래다. 가히 뉴미디어 홍수시대다. 특히 요즘 아이들이 선호하는 유망직종 1위가 1인 크리에이터, 유튜버일 정도로 '1인 미디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연예인부터 정치인, 일반인 너나 할 것 없이 1인 미디어에 도전하고, 이 중 몇몇은 스타가 되고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와 부를 누리는 상황이다.

이러한 뉴미디어 시대에 발맞추어 전국의 미디어센터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마을미디어 공동체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지역 미디어센터는 전국에 46개소가 운영 중이다. 센터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국의 마을미디어 공동체는 총 216개이다. 서울 71곳, 경기 50곳, 인천 7곳이 활동 중이다.

'마을미디어' 용어를 미디어 관련 정책에 사용한 것은 서울시가 처음이다. 2000년 초반 통합방송법 상 시청자의 방송참여 제도화를 전후로 대안미디어, 독립미디어, 참여미디어, 시민미디어, 지역미디어, 풀뿌리미디어, 공동체미디어 등으로 표현되었던 일군의 미디어 활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에 지리적, 생활적으로 주민의 삶과 매우 밀착한 '마을'이라는 개념을 강조한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연구자료에 따르면 마을미디어가 지향하는 가치는 주민 미디어 활동을 통한 보람과 소통, 마을공동체 활성화, 커뮤니케이션권·표현의 자유·문화향유권 등 미디어 권리, 지역(마을) 공론장, 주민자치 등이다.

인천은 인구 300만이 넘는 대도시지만 서울이나 경기 지역과 비교하면 인구에 비례해 미디어센터가 부족하다. 10개 군·구 중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 외에 미추홀구에서 운영하는 주안영상미디어센터가 유일하다. 주안영상미디어센터는 전액 구 예산으로 운영되며, 인천 전역을 대상으로 한다.
마을미디어 공동체가 활성화되면 주민참여사업 제안부터 계획수립, 실행, 사후관리 등 주민 주도 형태의 행정이 이뤄질 것이다. 주민이 함께 모여 마을 복지와 공동육아, 에너지 자립과 안전마을을 만들어가는 건강한 공존, 주민이 함께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마을기업, 주민이 함께 즐기는 마을문화축제 등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많다. 생활공간 기준의 공동체인 마을에서 주민 개개인 일상의 소재부터 마을공동체의 쟁점과 정책 수립 등 주민들의 삶과 매우 밀착되어 있는 다양한 주제들이 있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표현하고 공유하며 향유하는 과정을 통해 소통하고 확대하는 선순환 구조의 과정이야말로 주민 중심의 새로운 지방자치시대의 실현일 것이다.

이제 유튜브 등 도구와 창구를 갖게 된 뉴미디어 시대에 자기 삶 속에 녹아 있는 다양한 감성과 이야기들, 그리고 내가 사는 마을의 이슈들, 다채롭고 흥미진진하며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미디어로 표현해 보면 어떨까. 마을미디어에 '미·친·나'가 되어 보면 어떨까.

남두현 주안영상미디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