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대선에서 클린턴 후보가 내걸었던 대선 캠페인 구호이다. 이라크전의 성공적인 수행으로 인기가 높았던 부시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됐다. 클린턴은 대외적인 명분보다 국민들의 실제적인 문제, 즉 4000~5000만명이나 되는 저소득층이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을 했고 국민들의 공감을 얻었던 것이다.

실학은 조선시대에 외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이다.
실학이 나타나게 된 배경과 원인도 당시 현실에 대한 자각과 반성이었다. 양대 전란을 겪은 뒤, 국토는 극도로 황폐해지고 사회적 경제적으로 거의 파탄 지경에 이르러 총체적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집권층은 여전히 성리학을 최고의 이념으로 내세우며 도덕적 명분론과 정쟁에 몰두해 부국강병과 민생을 외면했다. 이에 선각적인 유학자들이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는 동시에 부국강병과 민생안정을 위한 실학운동을 전개한 것이다. 조선시대에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고 외친 것이다.

조선 후기 학술 사상사의 관점에서, 반계(磻溪) 유형원, 성호(星湖) 이익, 다산(茶山) 정약용은 실학에서 각각 높은 세 봉우리를 이룬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형원은 전북 부안에서 학문을 연구하다가 사후 경기도 용인시 백암면으로 이장됐다. 이익은 경기도 안산시에서 학문을 연구했고 정약용은 유배지인 강진에서 학문과 저술을 하기도 했으나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이 학문활동의 주무대이다. 실학의 세 봉우리가 경기도에 솟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위당(爲堂) 정인보(鄭寅普)는 "반계가 일조(一祖)요 성호가 이조(二祖)요 다산이 삼조(三祖)다"라고 했던 것이다. 이러한 실학의 거장들이 경기도에 있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공리공담을 하던 한양과는 달리 경기도에 있었기 때문에 농촌의 현실이 보였고, 농민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피폐해진 농촌 현실을 실감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개혁안을 만들어낸 것이다. 즉, 이념이나 도덕이 아니라 민생이라는 실용적인 해결책을 찾은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무엇보다 토지제도의 개혁을 주창한다. 반계는 정전론(井田論)을, 성호는 균전제(均田制)를, 다산은 여전제를 주장했다가 정전제를 주장했다. 반면에 한양에서는 작지만 상업을 볼 수 있었고, 특히 청나라에 다녀온 실학자들에 의해 상업을 중시하는 박지원, 박제가 등 북학파가 나타났던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다른 사람과 갈등하고 헤어지는 것은 너무나도 쉽다. 반면에 갈등하는 경우, 오해를 풀고 계속 좋은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상대방과 갈등과 분노를 만드는 것은 쉽다. 그러나 갈등을 해결하고 통합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국론분열의 우려가 높다. 그러나 갈등과 분노를 누군가는 통합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유지되고 나아가 발전하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념이 아니라 '실용'을 통한 통합의 실학 정신을 1300만 경기도의 정체성으로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안기영 전 경기도의회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