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 과학적 사실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환경칼럼] 과학적 사실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 인천일보
  • 승인 2019.12.12 00:05
  • 수정 2019.12.11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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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제25차 당사국총회(COP25)가 우여곡절 끝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지난주 2일부터 2주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이번 COP25는 중남미 그룹 개최 순번이어서 당초 브라질이 개최지로 결정되었으나, 새로 당선된 볼소나로 대통령이 선진국의 기후대응 방안에 불만을 제기하며 행사를 취소하자, 같은 중남미 국가인 칠레가 대신 주최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이마저 지난 10월부터 시작된 시위사태로 또다시 개최가 불가능하여 포기선언을 했다. 이에 스페인 정부가 마드리드 유치를 제안하여 결정되는 등 총회 개최지가 3번이나 바뀌는, 그 어느 총회보다도 어려움을 많이 겪고 출발하게 됐다.

이런 난관을 겪고도 다른 국제회의와 달리 개최 일정을 연기하지 않고 COP25가 지체없이 추진될 수밖에 없던 이유는 그만큼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어 전 지구적 대응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국제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금세기에 지구온도가 3.2˚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 온도가 인간이 더이상 억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영어사전의 대명사인 옥스포드 사전도 2019년을 대표하는 단어로 '기후 비상상황(climate emergency)'을 선정 발표한 바도 있다. 결국 기후변화 심각성에 대한 해결책은 이번 총회에서 국가 간 합의와 행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현재 COP25는 2주간에 걸쳐 당사국총회 등 총 5개의 회의가 동시에 진행된다. 가장 중요한 이슈는 지난 폴란드 COP24에서 합의에 실패한 파리협정 제6조, 즉 국제탄소시장 지침의 국제간 합의와 감축 목표 이행 일정 및 보고 투명성 등이다. 특히 국제탄소시장 지침은 국가간 상호협력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촉진하는 시장메커니즘 지침이다.

국가 사이에 이전되는 감축결과물에 대한 산정 방법과 CDM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교토메커니즘 감축사업의 인정여부 등이 핵심 쟁점이다. 한마디로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온실가스 감축사업 거래를 어떻게 시스템화 할 것인가의 문제다. 만약 이 지침이 잘못 합의될 경우 국제탄소시장의 활용이 오히려 전 지구적 온실가스 배출을 증가시키게 되는 왜곡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또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스스로 결정한 감축 기여라는 각국의 감축 목표를 재 산정해야 하는 등 결과적으로 파리협약의 합의 정신이 근본적으로 훼손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UN에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있어서도 해외감축분을 활용하겠다고 제시한 만큼, 이번 지침 협상이 국내 이행계획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유엔은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소개하면서 한국의 경우 석탄화력 발전부문을 축소하지 않는다면 에너지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은 쉽지 않음을 지적한 바 있다. 실제 최근 발표된 한국의 2017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도 7억t을 넘어섰다. 이는 벌써 2020년까지의 배출전망치를 15%이상 넘어섰다.

기후변화 이슈는 모두가 실감하고 있지만 선뜻 먼저 행동에 나서고 있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경제를 포함한 모든 영역의 문제로 확산됐다. 특정 지역과 국가의 어려움이 아니라 전 세계 국가의 생존문제다. 미래세대의 과제가 아니라 지금 바로 우리세대, 현실에서 해결책을 합의해야 한다. 지구가 갈수록 더워지고 있다는 명백한 과학적 사실을 외면하고 자국의 이익을 위한 정치적 협상이 길어져서는 안 된다. 그래서 이번 COP25를 실제적으로 준비한 유엔 기후실무협상팀의 'Science is not negotiable!' 외침에 주목해야 한다.

조강희 한국환경공단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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