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천 폐차 차량 2만3878대 … 하루 평균 71.5대
고철·부품 재활용 등 수익 중형차 기준 50만원 상회
정부 지정업체 외 유사기업 불법처리 대기오염 유발
건전 폐차문화 조성해 지역경제 활성화·환경보호를
▲ 인천 서구 한 폐차 업소에 쌓여 있는 압축된 차량 외관.

 

일명 'RM백'. 세계적 스타인 방탄소년단의 리더 RM(본명 김남준·24)이 지난해 유럽 여행에서 멨다가 유명세를 탄 가방이다.

당시 RM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공개한 사진 속 가방이 폐자동차 가죽 시트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활용 제품 사용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었다.

'RM백'은 한 업사이클링(Upcycling·디자인을 가미한 재활용으로 가치를 더하는 작업) 업체에서 만든 제품이다.

이 기업에선 폐자동차 가죽 시트나 에어백 등으로 패션 소품을 만들어 판다.

그동안 흔히 알던 '폐차=소멸' 말고, '폐차=새로운 가치 창조'라는 공식이 다시 한번 적용된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한해 폐차만 2만여대. 재활용 가치 눈 떠야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인천지역에서 폐차된 차량은 모두 2만3878대다.

하루에 71.5대꼴로 차들이 인천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신차 못지않게 폐차가 중요한 이유다.

폐차한다고 차량을 버리면, 말 그대로 쓰레기로 끝나고 말지만, 부품들을 재활용해 차량마다 단순 계산으로 50만원 꼴로 수익을 창출하면 올해 11월까지만 폐차로 인한 지역 경제적 이득은 119억원에 이른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의 2016년 연구에 따르면 폐자동차 처리와 재활용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총 수익은 중형차를 기준으로 1대당 52만8546원이다.

차체를 고철로 압축해 팔거나 타이어, 헤드램프 등 폐부품을 재활용해 얻는 수익이다.

더군다나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 시대로 대전환을 앞둔 시점이다. 기존 차량을 잘 없애는 것에 대한 중요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는 만큼 폐차 산업 효용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살릴 수 있는 건 다 살린다"

인천 서구 중봉대로 인근 한 폐차 업체.

대형 집게가 달린 굴착기가 납작하게 찌그러진 차량 본체를 한쪽으로 옮기고 있었다.

폐차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압축된 차량 쇳덩이다.

타이어, 엔진, 사이드미러 등 돈 될만한 부품들은 모두 다 떼고 외형만 남은 껍데기인 셈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만 약 2만5000여개다. 운행 중 안전과 직결되는 브레이크, 조향장치 관련 부품만 제외하고 해체 과정에서 나오는 것들은 모두 판매 대상이다. 부속품마다 전문으로 다루는 업체도 있다"며 "압축한 차체는 고철로 판매한다. 그래도 고철 자체는 수익성이 좋지 않아 살려서 재활용하는 편이 이득이다"고 전했다.

쌓여 있는 차체에는 당시 차량번호에 더해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힘든 암호 같은 숫자가 쓰여 있었다.

입고 날짜·엔진 모델·연식·변속기 종류까지 분류할 수 있도록 해둔 표식이다.

올드카 마니아들이 폐차장을 사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당 차종이 단종됐을 경우 부품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폐차장에선 귀한 부품을 저렴하게 구하는 행운을 잡을 수 있다.

 


▲"폐차만 잘해도 경제, 환경 두 마리 토끼 잡는다"

▲ 김혁환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업협회 인천시지부장.<br>
▲ 김혁환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업협회 인천시지부장.

2000년대 초반 연간 50만대 수준이던 전국 폐차 대수는 2016년 79만대, 2017년 88만대, 2018년 89만대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에서 환경부는 85%였던 재활용 의무비율(대당 중량기준)을 2015년 1월 이후 95%로 상향 조정했다.

1986년 설립된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업협회 인천시지부는 지역 폐차 역사에서 산증인과 같다.

지난 9월 40대 젊은 지부장을 선출한 인천시지부는 건전한 폐차 문화를 조성하면 지역 경제는 물론, 환경도 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혁환(사진) 인천시지부장은 "전국에 520여개에 이르는 폐차 업체가 있다. 다른 업종과 비슷하게 유사 기업이 서로 난립해 판로를 확장하려고 경쟁하니 과당구조 경향까지 보인다"며 "송도유원지 일대 중고차수출단지에선 불법 폐차까지 벌어지고 있다. '대포차' 처리 등 불법적 요인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환경 오염이다. 정부가 정한 폐차 취급 요건에 맞는 업체들이 이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혁환 지부장은 취임 직후 온실가스인 자동차 폐냉매를 대기 중으로 날리지 않고 처리할 수 있도록 회원사들에게 전용 냉매 회수기를 지급하기도 했다.

그는 "노후 경유차에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장착해도 효과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노후 경유차를 조기 폐차하면 나오는 정부 보조금(평균 161만원)은 해를 채우기도 전에 동이 나고 만다"며 "정부나 지자체가 관련 보조금을 확대해 노후 경유차 폐차를 잘 유도하면 환경은 지금보다 나아진다. 폐차에 지역 경제와 환경이 모두 연관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