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어디를 가나 주차할 데가 마땅치 않아 운전자들이 불편을 겪기 일쑤다. 어떤 곳에선 매일 '주차와의 전쟁'을 벌이다시피 심각하다. 그렇다고 차를 끌고 나오는 운전자들을 탓할 수는 없다. 대부분 먹고살기 위한 방편이거나 어떤 목적을 갖고 차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주차난 해결을 위해 자치단체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주차 공간 부족으로 애를 먹는다.

주차난을 겪는 부평구가 급기야 학교 부설주차장 활용 방안을 꺼내들었다. 구는 그제 인천북부교육지원청에서 지역 5개 학교와 학교 주차장 개방 협약을 맺었다. 협약에 참여한 학교는 부원초·부평남초·부흥중·동암중·부원중 등 5곳이다. 구는 앞으로 학교당 최대 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주차장 시설 개보수 공사를 하고, 거주자 우선주차제 신청을 받아 평일 밤과 주말에 주차장을 개방할 계획이라고 한다. 구는 주차장 부족 민원이 매달 수십건에 이르자 주차장 수급실태조사 용역을 진행하는 등 대책 마련에 힘을 쏟았다. 구는 내년도 주요 사업으로 학교는 물론 공공기관·민간건축물·공동주택 등의 부설주차장을 개방하는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문제는 학교 주차장을 개방할 경우 어떻게 학생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냐는 점이다. 구와 학교 당국에선 학생들의 안전을 담보하겠다는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학부모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가뜩이나 흉흉한 세상에 무슨 사건·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학부모들은 교문을 주차장 출입구로 이용하는 상황에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며 반발한다. 본보가 부설주차장을 개방하는 학교 주변의 학부모들을 만나 취재한 결과에서도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다른 주차장들도 있는데, 왜 하필 학교 주차장이냐. 개방을 하면 외부인이 자유롭게 오고갈텐데,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불안하고 관리도 얼마나 잘될지 의문이다." 한결같은 학부모들의 얘기다. 학교 부설주차장 개방은 주차난에 시달리는 구의 고육책임을 알지만, 학생들의 안전이 최우선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대비책이 부족하다는 학부모들의 목소리에 구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학생들의 안전에 조금이라도 금이 가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