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는 누구나 해야 하는 것…논란거리 아냐"

"볼을 잡고 처음부터 돌파해서 골을 넣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운이 좋았어요."

말 그대로 '원더골'이었다. 볼을 잡고 스타트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마지막 오른발 슛의 순간까지 손흥민을 막으려던 번리 선수들은 스피드에 눌려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

혼자서 70m 이상 드리블을 치고 나간 손흥민의 득점 순간 토트넘 홈팬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손흥민은 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번리와 2019-2020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 홈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면서 팀의 5-0 대승에 힘을 보탰다.

손흥민은 전반 4분 만에 해리 케인의 결승골을 도왔고, 전반 32분 '폭풍 질주'로 쐐기골까지 꽂으면서 이날 경기의 '킹 오브 더 매치'로 선정됐다.

이날 골을 터트린 손흥민은 이번 시즌 10골 9도움(UEFA 챔피언스리그 5골 2도움 포함)으로 2016-2017시즌 21골(정규리그 14골 포함), 2017-2018시즌 18골(정규리그 12골 포함), 2018-2019시즌 20골(정규리그 12골 포함)에 이어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경기가 끝난 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손흥민은 '특유의 겸손함'으로 시즌 10호골을 자축했다.

손흥민은 "10호골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골을 넣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 게 저의 임무다. 지금에 만족하기보다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득점 상황에 대해선 "운이 좋았다"고 웃음을 지었다.

손흥민은 "제가 잘해서 골을 넣은 것보다 운이 좋게도 공을 치는 대로 공간이 생겼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준 동료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옆에 있던 델리 알리에게 패스하려고 속도를 늦췄는데 줄 수 있는 상황이 안됐다"라며 "그래서 치고 가다 보니까 제가 (골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 돼서 시도했는데 운이 좋았다. 사람들 없는 공간으로 볼이 갔고, 타이밍과 운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처음부터 볼을 잡고 돌파해서 골을 넣겠다고 생각은 한 적은 없다. 그런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인생 최고의 득점'이라는 찬사에 대해선 "저에게는 모든 골이 소중하다. 셰필드전 때 굴절돼 들어간 골도 소중하다. 오늘 골도 소중하다"고 말했다.

조제 모리뉴 감독의 수비 지시에 대해서도 "어떤 팀이든 수비를 다 해야 한다. 우리가 볼을 소유하지 않을 때는 스트라이커부터 수비에 가담해야 한다"라며 "팀을 위해서 수비는 당연히 해야 한다. 논란거리가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난 경기에서 패하면서 선수들도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5-0으로 이기기는 쉽지 않다"라며 "이번 클린 시트로 수비수는 물론 골키퍼들이 좋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이 느낌을 살려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손흥민은 이날 경기에 앞서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으로부터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국제선수상' 트로피를 전달받았다.

손흥민은 "(박)지성이 형에게 상을 받아서 영광스럽다. 영국에 같이 있으면서도 자주 뵙지 못하지만 항상 의지하고 있고, 궁금한 것을 자주 물어보려고 한다"면서 "이번 상은 나 혼자 잘해서 받은 게 아니다. 모두의 도움이 있어서 가능한 상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