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인천은 항구다. 항구에는 배가 왔다 갔다 해야 하고 사람이 들락날락거려야 한다. 인천의 항구가 발전하면 인천이 발전하는 것이고, 인천항이 발전하려면 인천항만공사(IPA)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그런데 인천항만공사는 수장이 왔다 갔다 하고 외부에서 수장으로 들락날락거리는 대상으로 전락해버렸다. 인천항만공사가 자꾸 외부에 의해 흔들리는 것이다. 아니 단 한 번도 외부에 흔들리지 않은 적이 없다. 이런 식이라면 인천의 미래는 없다.

인천항만공사에는 2005년부터 사장이 5명 거쳐갔다. 제1대가 해양수산부 기획관리실장이었던 서정호 사장, 제2대도 해양수산부 기획관리실장이었던 김종태 사장, 제3대가 국토해양부와 기획예산처 출신이었던 김춘선 사장, 제4대는 현대상선 대표이사였던 유창근 사장, 제5대는 해양수산부 기획조정실장이었던 남봉현 사장이다. 그 가운데 인천 출신이었던 김종태 사장과 남봉현 사장이 있었지만 남 사장은 퇴임하기까지 세 달이 남았건만 좋은 자리로 옮겨가기 위해 중간에 훌쩍 떠나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다음 인천항만공사 사장으로 뒤를 이으려 또 다시 해양수산부의 고위급 출신이 내려올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인천항만공사 사장자리를 아주 봉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는 지난 4월19일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이 부산에서 한 말에 주목해야 한다. 문 장관은 "항만공사가 애초 설립 취지대로 운영되도록 자율성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약속했다. 인천항만공사가 자율성을 가지고 제 역할을 다하게 하려면 이제 해양수산부에서 낙하산을 더 이상 내려 보내면 안 된다. 부산항만공사의 역대 사장을 보면 부산해양연맹 회장, 부산상공회의소 부회장, 부산지방해양항만청 청장, 부산항만공사 항만위원 등 지역출신이 대부분이다. 여수광양항만공사의 역대 사장도 해양수산부 기획파트 책임자 출신은 없다. 울산항만공사 역대 사장 가운데 울산에 연고가 없는 사장은 찾기도 어렵다. 다른 지역 항만공사에서는 적어도 최근에는 해양수산부 출신이 낙하산으로 더 이상 내려오지 않는다. 그런데 유독 인천에만 계속 내려오는 적폐를, 문 해수부 장관은 이제 자신의 말에 책임지는 것으로 막아야 할 것이다.

인천항은 인천 경제에서 약 1/3을 책임지고 있다. 인천에서 항만관련 일자리는 11만명 이상이 근무할 정도여서 인천 일자리 전체에 차지하는 비중도 무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인천항을 통한 중고차 수출물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인데 2018년 우리나라 전체 물량의 약 88%를 차지했다. 현재 중고차 수출단지가 송도유원지에 있지만 2020년 도시계획 시설변경에 의하여 이전을 해야 하는데 인천항만공사는 스마트 오토밸리 조성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은 도시와 항만이 원활하고 유기적으로 공조가 이뤄 협력이 잘 되어야 시간도 맞추고 시민들의 민원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중대한 사업을 앞두고 자신의 영달을 위해 엉덩이를 들썩일 수 있는 낙하산보다는 인천의 항만과 도시 전문가가 인천항만공사를 맡을 때 인천항이 발전하고 인천시도 발전하게 될 것이다. 사실 인천은 항만기능 재조정론이 한창이다.

즉 인천 신항은 건설되고 구항은 재개발하는 중이다. 인천항만의 부두 길이만도 28㎞이다. 인천항만 기능의 재조정은 그저 항구의 단순한 재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항만기능을 재조정하는 것에 국가 경제의 변화도 고려해야 하지만 인천 산업구조의 변화도 살펴야 한다. 인천 항만의 친수공간을 조성하는 데는 그저 항만계획만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천도시계획의 전체 그림과 맞물려 돌아갈 수 있도록 협업이 전제되는 일이다. 실제로 인천의 내항재개발은 근처의 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천시, 인천항만공사, 해양수산부 등의 이해가 조율되지 않기 때문에 제자리걸음을 하는 중이다.

또한 국제 제1여객터미널, 자동차 클러스터 조성, 화물자동차 주차장 조성 등도 인천사회와 연계가 필요한 사항이다. 해양수산부 낙하산보다는 인천의 항만 및 도시 전문가가 인천항만공사를 맡아야 하는 또 다른 이유이다. 과거 안상수 시장 시절 인천시가 북한의 남포시와 남포항시설 현대화사업에 대한 의향서를 체결한 적이 있다. 세월이 흘러 남북관계가 경색되었다가 풀린 뒤에도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가 체결했던 남포항 현대화사업에는 진전이 없었다. 그 사이 북한은 중국의 한 도시와 현대화사업을 진행하기로 하여 앞으로는 인천시가 끼어들 여지가 사라졌다고 한다. 이제는 인천항만공사 사장이 되려면 인천시민과 서로 마주앉아 소통하고 협력할 줄 알고, 인천지역의 네트워크를 가진 항만과 인천 전문가가 필요한 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