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갑수 프레임인문학독서포럼 대표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 근무하는 전 직원에게 선물했다는 <90년생이 온다>의 저자는 1982년생 임홍택 씨다.

이 책은 베이비붐 시대에 출생해 1990년대생 자녀를 둔 아빠들이 그들과 함께 생활하지만 잘 알지 못하고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1990년대생들의 특징과 지향하는 가치에 대해 분석하고 해설한다.

2017년도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에 22만8368명이 지원했지만 합격률은 1.8%뿐이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1990년대생들이 공무원시험에 몰두하는 이유는 평생 직장은 물론이고, 어차피 직장에서 자아실현을 할 수 없는 사회라면 차라리 비교적 출퇴근이 안정적이고 그나마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을 선택하고 싶은 심리가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경험이 미래의 근거가 되기 어려운 세상, 즉 초속도의 시대, 가속도의 사회에서 1990년대생들은 기성세대가 주장하는 과거의 경험에 의한 조언을 충고로 받아들이지 않은 채 '꼰대문화'로 보기 일쑤다.

198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를 밀레니얼 세대라고 통칭해 부른다. 저자는 1990년대생들이 1980년대생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며 세 가지로 분석한다.

첫 번째는 간단함(simple)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늘 줄임말이 있어 왔지만 1990년대생의 줄임말은 '기존의 청소년 교실 은어와 개인용 컴퓨터(PC) 통신문화를 뛰어넘어 전방위적으로 확산된다. 예전에는 줄임말이 단순한 축약이었다면, 지금의 줄임말은 그것만 보고는 의미를 유추하기 힘들 정도다. 이 밖에도 이모티콘과 짤방(짤림 방지)으로 자신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능숙하다. 기사나 지문이 길다면 '세줄 요약 바람'이라는 댓글이 많이 달린다. 소비 패턴에서도 간단함을 넘어 간편함을 추구하며 온라인 플랫폼에서 모든 소비를 하고 있다. 또한 많은 정보로 호갱이 되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두 번째 특징은 재미(fun) 추구를 꼽을 수 있다. '1980년대생 이전의 세대들이 삶의 목적을 추구했다면, 1990년대생은 삶의 유희'를 추구한다. 재미를 통해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것이 1990년대생의 또 다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기승전병'. 새로운 병맛 문화의 출현이다. 병맛이란 대체로 어떤 대상이 맥락 없고 형편 없으며 어이 없음을 뜻하는 신조어다. 백과사전 역시 과거 브리태니커에서 위키피디아, 그리고 한국의 나무위키로 재미있게 진화하고 있다.

세 번째 특징은 정직(integrity)이다. 단순한 정직(honest)을 넘어서 완전하고 완벽한 공정함에 매우 큰 가치를 두고 있다. 그렇기에 다른 주관이 들어갈 수 있는 것보다는 시험 성적으로만 선발하는 공무원시험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2018년 서울 S여고 쌍둥이 전교 1등 사건과 부모 찬스를 활용한 불공정한 입시 및 채용 비리에 근래 보기 힘들 만큼 더 많은 국민이 분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1990년대생들이 직장인이 되었을 때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많은 기업이 이른바 워라밸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변화는 현실을 무시하고 법으로 규제한다고 해서 혁신되지는 않는다. '칼퇴'라는 말 자체가 사실 어색한 것이다. 근로계약서상으론 오후 6시가 퇴근 시각으로 정해져 있는데 오후 6시에 퇴근하면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는 게 현실이다. 그 외에도 개인의 연차를 소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1990년대생과 그 이전 세대들의 의견은 다르다.

앞으로 우리 기업문화도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유능한 인재를 채용해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기성세대는 새로운 후배들과 함께 일을 할 때 꼰대가 아닌 진정한 멘토로서, 참견이 아닌 참여로서, 닫힌 마음이 아닌 열린 마음으로서, 공존과 공생을 위해 그들을 이해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