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박남춘 인천시장이 중장기 정책으로 발표한 '인천 2030 미래이음' 자료에는 철도망 비전이 실렸다. 광역급행철도 수혜 지역을 인천 전역으로 확대한다는 지도에는 이른바 GTX-D 노선 출발지가 원형으로 그려졌다. 박 시장은 "지금까지 노선과 관련해 특정 지역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사실도, 검토한 바도 없다"며 "오해가 없도록 지도에 큰 원으로 표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료가 공개된 이후 검단 지역 반발이 들끓었다. 원으로 설정된 GTX-D 출발지에서 검단신도시는 경계에서 살짝 비껴나 있었기 때문이다. '인천 서부권'으로만 알려진 GTX-D 노선 유치를 놓고 벌어진 과열 양상에도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
▲청라 설명회 앞두고 추진 발표
2일 인천시 자료를 보면 광역급행철도 신규 노선인 GTX-D 추진이 결정된 건 지난 9월이다. 시는 내년 최적 노선을 발굴하는 '광역철도 사전타당성조사 용역' 비용 4억원을 내년 예산안에 담는 절차도 진행했다.
한 달여가 지나 GTX-D는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박 시장은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서부권 광역급행철도 신규 노선 검토' 계획을 발표한 10월3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시는 수도권 서부권역의 광역급행철도 소외를 해소하기 위해 실무 구상을 마련 중이었다. GTX-D는 서구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소각시설 현대화로 민원이 들끓는 청라국제도시에서 주민 설명회를 나흘 앞둔 시점이었다.
▲검단 설명회 직후 자료 논란
송도국제도시를 출발하는 GTX-B 노선이 지난 8월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며 사업이 본격화한 데 이어 GTX-D 노선 추진 소식이 전해지자 서구에서는 기대감이 증폭됐다. 시 철도과는 지난달 21일 검단에서 열린 철도사업 주민간담회에서 GTX-D를 6개 노선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인천 2030 미래이음' 발표 자료가 공개되자 검단에서는 '주민 기만'이라는 반응까지 나왔다. 검단주민총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시 자료는 검단을 패싱해서 청라로 향하는 노선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며 "GTX-D 권역에서 검단이 빠진 이유를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
청라국제도시총연합회와 루원발전대표연합회도 지난달 29일 성명에서 "민민갈등을 조장하는 시에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면서도 "GTX-D 노선에서 청라를 언급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하라는 요구는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박 시장은 "노선은 정치적 셈법으로 결정돼선 안 되며, 될 수도 없다"고 했지만, GTX-D를 둘러싼 요구는 선거 정국과 맞물려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시는 내년 4월 총선이 끝난 뒤에 타당성조사 용역 중간보고를 거쳐 노선을 확정하고 정부 건의에 나설 계획이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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