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수지 김 간첩 조작사건' 속 음모 소설로
▲ 송금호 지음, 은하, 411쪽, 1만8000원


이 책은 1987년 '홍콩 수지 김 간첩조작 사건'이라는 실화를 기초로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 팩션(Faction) 소설이다.

실존인물인 윤태식이라는 한 개인과 수지 김 및 그의 가족들이 권력의 공작에 희생돼 겪은 고통을 다루고 있다. 소설은 윤태식의 기구한 삶의 역정 속에 얽혀있는 사실들을 통해 국가기관의 간첩조작과 고문 등 인권침해를 고발해서 민주주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겨볼 수 있도록 한다.

이와 함께 윤태식의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나타나는 검찰 및 사법부 적폐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이 시대 화두가 되고 있는 검찰 및 법원의 개혁을 이루는데 일조하고자 한다. 특히 언론과 정치권력 등 기득권 세력들이 잘못된 행위를 한 뒤에도 자기반성 없는 태도를 보이는 것을 꼬집어서 이들 적폐의 고발 및 청산도 유도한다.

인천일보 사회부장 출신인 지은이는 2005년 사건기자를 하고 있던 중 낯선 편지를 받는다. 발신인은 '윤태식'이라는 수형자였는데, 대법원 확정판결이 났는데도 특이하게 서울구치소에 그대로 수감돼 있었다. 편지에서는 그가 국가권력의 조작으로 인한 간첩사건에 연루되었고, 고문과 사찰을 당했으며, 검찰 적폐와 사법농단의 피해자로서 기구한 삶을 살아온 사연들이 담겨있었다.

이후 10여년이 흐른 2017년 5월, 15년 6개월 형기를 모두 마치고 출소한 그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 1만여 페이지가 넘는 관련 자료를 찾아서 취재를 하고 당시 사건 관련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한 결과 1987년 발생한 '홍콩 수지 김 간첩 사건'은 알려진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건의 이면에는 전두환 정권이 공안정국 조성을 위해 간첩을 만드는 불법공작이 생생했고, 고문과 감금, 사찰과 폭행이 자행됐다. 안기부가 수지 김을 간첩으로 조작한 것도 모자라 간첩죄 연좌제를 적용해 그녀의 가족들을 비참하게 무너뜨린 실상도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었고 검찰의 적폐와 법원의 사법농단 모습들도 사실 그대로를 확인할 수 있었다. 국가조직이 국가 구성원인 국민 개인의 인권을 유린한 전형적인 사건이었다.

지은이는 "대한민국 역사 속의 사실로 포장된 '거짓들'과 드러난 사실 아래 감추어진 '진실들'을 수면 위로 드러내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이 진실들을 책으로 쓰기로 했다"며 "권력자들이 국가권력을 이용해 민주주의를 짓밟는 모습과 검찰과 법원의 사법적폐의 모습, 개인의 인권을 무시하는 국가기관의 모습을 조명하고, 이를 통해 최근 세계적으로 다시 꿈틀거리는 우익 포퓰리즘에 대한 경각심을 독자들에게 던져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