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읊는 2권 … '진실'로 돌아가라
▲ 한국학중앙연구원 소장 이제마 상
▲ 한국학중앙연구원 소장 이제마 상

 

앞 회에 이어 <격치고>권 1. 유략(儒略)을 계속 본다.

 

천하(天下)
하나의 힘이 먼저 힘을 쓰면 모든 힘들이 그 힘을 따르게 된다. 하나의 담력이 먼저 담력을 쓰면 모든 담력들이 그 담력을 돕는다. 하나의 염려가 먼저 염려하면 모든 염려들이 그 염려를 이루게 된다. 하나의 계획이 먼저 계획을 하면 모든 계획들이 그 계획을 구하게 된다.(一力先力 衆力力 一膽先膽 衆膽助膽 一慮先慮 衆慮成慮 一計先計 衆計救計)

과문의 소치이지만 '하나'의 힘을 이렇게 긍정하는 글은 본 적이 거의 없다. '나 하나쯤'이 아니라 '나 하나'가 중요하다. 우리는 알고 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그 변화는 어떤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만 우리는 그 한 사람이 '내가 아닌 너였으면 한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계(四戒)
말, 마음, 몸, 힘에 대해서 말한다. 선생은 말은 순수하고 마음은 어질고 몸은 현명하고 힘은 충실하라고 조언한다.
천시(天時)
선생은 격물치지할 대상을 인간의 본성과 현실에서 발현되는 구체적인 인간의 마음으로 보았다. 왜 인간의 본성과 마음을 알아야 하는가? 선생은 이렇게 답한다.
35조목: 앎에 이르면 뜻이 성실해지고 뜻이 성실해지면 본성에 능하게 된다. 사물을 연구하면 마음이 바르게 되고 마음이 바르면 사물에 능하게 된다.(致知誠意 意誠能性 格物正心 心正能物)

선생은 인간의 본성과 마음을 연구하고 지극한 앎을 추구하는 목적은 성실에 있다고 한다. 성실한 뜻은 인간의 본성을 올바르게 유지할 수 있게 하고 마음에서 거짓을 제거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앎'과 '행동'의 초점은 성실과 상호작용에 있다고 선생은 말한다.

천하색아(天下索我)
5조목: 천하가 기만하더라도 너는 반드시 기만하지 말아야 한다. 천하가 거짓말할지라도 너는 반드시 거짓말하지 말아야 한다. 천하가 거짓일지라도 너는 반드시 거짓이지 말아야 한다. 천하가 속일지라도 너는 반드시 속이지 말아야 한다.(天下擧 汝必無 天下擧 汝必無 天下擧譎 汝必無譎 天下擧佯 汝必無佯)

선생의 글을 몇 번이고 읽는다. 분명 일반 백성에 대한 글인데 선생은 성인이나 할 법한 이야기를 한다. 그만큼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을 높이는 게 아닌가.

아지(我止)
16-2조목: 타인에 기대어 요행을 바란다는 것은 속으로 방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마땅히 행동해야 하는 일에 태만한 것은 속에 게으른 마음을 품고 있어서다. 몸이 행동해야 할 때 앞장서서 행동하면 세상이 도울 것이다. 마음이 요행을 바라는 것을 끊어버리면 사방에서 도울 것이다.(賴人僥倖 內懷放心 怠吾當行, 內懷逸心 身先當行 天下助也 心絶僥倖 四方佑也)

선생의 말을 믿든 안 믿든 실행한다고 나쁠 일은 없다. 구구절절 옳은 말 아닌가.

<격치고> 권2 반성잠(反誠箴)
권2 '반성잠'은 <주역(周易)>의 팔괘(八卦)를 편명으로 삼아서, <대학>과 <중용(中庸)>의 도(道), 태극(太極)의 도(道) 등을 세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반성은 '진실로 돌아간다'는 의미이다. 선생은 어려서부터 거짓을 행하면 반드시 낭패를 겪었다며 진실로 돌아가라고 한다.

태잠(兌箴)(下截)
5조목: 한 사람의 마음에는 군자의 마음과 소인의 마음이 있다. 군자의 마음은 알기 쉽고 소인의 마음은 알기 어렵다. 알기 쉬운 마음이 많고 알기 어려운 마음이 적은 사람을 이름하여 군자라 한다. 알기 어려운 마음이 많고 알기 쉬운 마음이 적은 사람을 이름하여 소인이라 한다.(以一人之心 而有君子之心焉 有小人之心焉 君子之心易知 小人之心難知 易知之心 多而難知之心少者 名曰君子難知之心 多而易知之心少者 名曰小人)

사람들은 누구나 군자의 마음을 좋아하고 소인의 마음은 싫어한다. 그러나 '반성잠' 들어가는 글에서도 선생이 밝혔듯이 누구나 군자의 마음과 소인의 마음을 갖고 있다. 이 글을 쓰는 나를 미루어 보아도 그렇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문학박사)은 <br>인하대학교와 서울교육대학교에서 강의하며 <br>​​​​​​​고전을 읽고 글을 쓰는 고전독작가이다.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문학박사)은 인하대학교와 서울교육대학교에서 강의하며 고전을 읽고 글을 쓰는 고전독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