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준희 인천서흥초교 교사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기 위해서 한 가정만이 아닌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미래의 주역만이 아니라 지금 이 시간의 주인공으로서 아이들이 자기 삶의 주인임과 동시에 당당한 한 시민으로서 사회 참여와 행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함께 배움의 공간이 되고 응원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마을교육공동체이다.

자신이 속해 있는 이 공간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이해를 시작하는 것이 바로 교육의 출발이다. 마을교육은 아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공간을 애정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교육이다. 이러한 애정을 바탕으로 마을 사람들, 마을 공간들에 대해 이해를 만들어 나가는 교육이다. 따라서 마을교육은 교육의 시작이며 본질이다.

인터넷을 열고 검색창에 '지하철 막말'이라고 입력해 보면 보기에도 불쾌한 동영상, 눈살을 찌푸리는 뉴스 등이 셀 수조차 없다. 아무리 경쟁을 몸으로 체득하는 사회이지만 그래도 교육의 목표를 다른 이를 밟고 올라가는 것이라 말하는 사람은 없다. '세상의 보편적 상식과 기본을 익히는 것' 정도라는 것은 말할 수 있다. 초등 6년, 중고등학교 6년 총 12년의 공교육을 받았다면 이런 기본과 상식 정도는 지킬 것이라 기대한다.
수많은 지하철 막말 동영상의 모습에서 우리는 그 기본과 상식을 찾을 수 있는가.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수많은 엽기적 사안들에서 공교육이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래서 혹자는 지하철 막말 청년들의 모습에서 공교육은 처절히 실패했다 말하기도 한다.

교사가 열심히 했는가에 상관없이 정규교육시간 6~7교시를 하고 나서 우리 아이들이 훨씬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가정과 마을이다.

학교에서 정말 좋은 교육과정으로 알찬 시간을 보낸다 해도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받고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마을인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을 위한 마을에서의 시간이 배움과 돌봄, 교육이 있는 시간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인권, 철학, 식생활, 헌법, 정서, 생태교육 등 정말 필요하나 학교에서 여러 이유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수많은 것들이 학교 교육 외 시간에 구성되어 마을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 모든 것이 교사의 힘만으로 되는가.

대한민국은 치킨공화국이다.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이 3만5000개 정도인데 우리나라 치킨 전문점은 3만6000개나 된다. 한국 사회에서 치킨집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부를 제외하고 치킨집은 생애 첫 창업이면서 마지막 창업이고, 안정적인 중산층에서 밀려나 생존의 벼랑으로 떨어지기 직전의 상태를 의미한다. 누구도 자신의 삶을 책임져 주지 않고 연대하지 않는 사회에서 치킨집은 생존의 마지막 보루이다. 어디에 있든 살아남아야 한다.

치킨집만 그러한가. 편의점은, 미용실은, 피자집은? 직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영세 자영업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치킨집 옆 치킨집, 피자집 옆 피자집, 편의점 옆 편의점은 우리의 일상이다. 오늘 망할지, 내일 망할지, 아니면 어제 망하는 것이 더 나았을지 모르는 삶 속에서 살아가는 어른들과 그 속에서 함께 불안해하는 아이들, 이런 상황에서 교육이 제대로 된다면 그게 더 기적 아닌가.

만약 우리 전통에 있던 마을공동체가 오늘까지 존재했다면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최소한 지금의 모습은 아니지 않을까. 한 사람의 생계가 벼랑 끝으로 몰렸을 때 함께 위로해 주고, 함께 살아나갈 길을 찾아주며 연대해 주는 마을공동체가 해체된 이 사회에서 남은 것은 결국 '각자도생'이다.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존이지 예의나 상식이 아니다. 결국 마을교육공동체를 구성한다는 것은 마을공동체를 복원하는 것과 같은 말이다.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 마을이 아이들의 배움터가 되며 아이들을 마을의 주인(시민)으로 키우는 마을교육은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지 않겠는가.

심준희 교사는 서흥초 교육과정운영부장이며 서흥꿈세움교육협동조합 이사, (가칭)서흥마을학교 간사, 전교조인천지부 교섭국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