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상철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이 11월30일 경남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38라운드 경기 도중 정동윤에게 전술지시를 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목표 이뤘으니 내년까지" 주장

"건강 염려되니 여기까지" 반론

계약 당시 '잔류 성공하면 유임' 조건 … 구단 "심사숙고할 사안" 입장


올 시즌 역시 극적으로 1부리그 잔류에 성공한 인천유나이티드가 기쁨을 만끽하면서도 동시에 깊은 고민에 빠졌다.

바로 유상철 감독의 거취 때문이다.

유 감독은 최근 암 투병 사실을 공개한 이후에도 경기마다 벤치에서 선수들을 지휘하는 투혼을 보여주면서 지난 5월 부임 때 약속했던 1부리그 잔류 약속을 끝내 지켜냈다.

유 감독은 지난 5월 팀이 어려웠던 시즌 도중 팀을 맡으면서 올해 인천유나이티드가 잔류에 성공하면 내년까지 감독직을 수행하는 내용으로 구단과 계약했다.

따라서 유 감독은 내년 시즌에도 인천의 감독직을 수행할 자격을 획득했다.

그런데 변수가 하나 생겼다. 바로 암이다.

잔류에 성공하면 내년 시즌까지 감독직을 계속 맡을 수 있지만, 동시에 감독직을 수행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질병 또는 범죄)가 있을 경우 구단은 유 감독과의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단 안팎에서는 "잔류했으니 내년 시즌도 유상철 감독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과 "암 치료를 받으면서 팀을 일상적으로 지휘하기는 어렵다. 유 감독에게는 인간적으로 미안할 수 있지만 구단을 생각하면 새 감독을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드러나게는 아니지만, 나름 팽팽히 맞서고 있다.

우선 유 감독이 내년에도 지휘봉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는 이렇다.

이들은 "유상철 감독은 자신의 몸상태보다 팀과 선수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과 자세로 최선을 다해 약속을 지켰다. 이제 우리 인천이 그를 책임져야 한다.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1부리그 잔류에 이어 병마 역시 이겨내고 건강을 회복해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우리가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선수들도 내년에 유 감독과 함께하는 축구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아울러 "게다가 유 감독은 투병 중임에도 최근 인천시 홍보대사를 수락하는 등 인천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면서 인천시민들의 마음 속에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로 자리잡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새 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감상에 젖어 상황을 판단해서는 안된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투병생활을 하면서 프로팀 감독 역할을 병행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다.

이와 관련, 구단에서는 '심사숙고할 사안'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이다.

구단 관계자는 "양쪽 의견 모두 일리가 있다. 당장 결정하기에는 쉽지 않은 문제다. 충분히 고민을 한 뒤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