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원시 일부 지역에서 길고양이들이 잔혹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숨진 고양이는 목뼈 등이 부러지고, 한쪽 안구가 예리한 흉기로 도려내진 상태로 발견됐다. 이보다 앞서 뱃속에 새끼를 밴 고양이가 죽은 채로 발견된 사례 등도 있다. 이 현장 부근에선 독극물로 보이는 액체의 흔적도 남아 있었다고 한다. 모두 반경 200m 안팎에서 연이어 일어난 사건이다. 이 지역은 동물애호가들이 수시로 고양이 사료를 챙겨주던 곳이라 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활동 범위와 동선에서 사체가 발견되고, 눈에 잘 띄는 곳에 유기한 점 등으로 볼 때 누군가 고양이를 보호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재개발로 위기에 처한 고양이를 구출하고 보호하는 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동물증오범의 수법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도심지에 분포하는 길고양이들에겐 특히 재개발지역이 문제다. 오갈 곳이 없는 데다 이렇다 할 대책도 없고, 사회적 합의조차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도시재개발로 사지에 내몰린 고양이들에겐 새로운 서식지도, 급식소도 허락되지 않는다.

이번 사고가 난 지역 역시 지난해 10월부터 재개발이 시작된 곳이다.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수많은 고양이들이 건물 잔해에 깔려 죽거나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가까스로 생명을 구한 개체들이 길을 헤매다 이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공공기관에선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주민들 사이에선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갈등한다.

수원시가 일부 재개발지역에 컨테이너를 지원해 임시보호소를 제공했지만 수천만 원에 이르는 사료와 의료비 등은 고스란히 활동가들의 몫이다. 그나마도 또 다른 서식지를 찾아 방사해야 하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새로운 장소를 찾기 어렵다는 게 더 큰 고민이다.

급기야 수원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생명을 살리는 일이니 만큼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호소였다고 한다. 생명은 인간에게만 소중한 건 아니다. 동물과도 공존할 수 있는 방안, 그 시작은 바로 생명권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서 출발한다. 무엇보다 지금은 동물에 대한 잔혹한 가해, 이것부터 막는 게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