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


모진 소리를 들으면
내 입에서 나온 소리가 아니더라도
내 귀를 겨냥한 소리가 아니더라도
모진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쩌엉한다.
온몸이 쿡쿡 아파온다.
누군가의 온몸을
가슴속부터 쩡 금가게 했을
모진 소리

나와 헤어져
덜컹거리는 지하철에서
고개를 수그리고
내 모진 소리를 자꾸 생각했을
내 모진 소리에 무수히 정 맞았을
누군가를 생각하면
모진 소리
늑골에 정을 친다.
쩌어엉 세상에 금이 간다.

▶며칠 전 유명 연예인이 또 극단적 선택을 했다. 보도에 의하면 악플러들의 무자비한 댓글이 상처가 되어 그런 선택을 한 것으로도 읽힌다. 가슴 아픈 일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금껏 살아오면서 나를 진정 아프게 했던 건 한 대의 폭력보다 한 마디의 모진소리였다. 학창시절이나 군생활 중 몇 차례 억울한 육체적 폭력을 당하긴 했으나 그건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레 치유되었는데, 누군가로부터 들었던 싸늘한 언어폭력은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좀체 지워지지 않고 시퍼렇게 살아있음을 발견한다. 마치 지워지지 않는 문신처럼 늑골에 새겨진 그 모진 소리는 그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여전히 쓰라리고 아프다.

그러나 나는 내가 내리친 정(釘)을 맞고 금이 간 그 누군가의 마음도 있었음을 오랫동안 잊고 지냈다. 내 가족이거나 내 친구이거나 내가 기억할 수도 없는 누군가는 지금도 내가 뱉은 한마디의 모진 소리로 인해 여전히 가슴 아파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내 모진 소리에 마음 다친 사람이 존재한다면 진심으로 사과의 한 마디를 건네야 할 터이나, 그들은 혼자 아파하다가 문을 닫아걸고 내 쪽으로 걸어 나오지 않기에 내 범죄(?)의 근원을 찾기가 어렵다.

말로 맺힌 것은 말로 풀어야 한다. 우리 삶에 필요한 건 예리한 한마디의 모진 소리보다 따뜻한 한마디의 배려가 더 필요한 것임을 이 시는 말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건네지는 따듯한 손길과 웃음이야말로 세상을 희망으로 살게 하는 뭉클한 힘이 아닐까. 따뜻한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권영준 시인·인천부개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