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욱 사회부 기자

매년 상반기면 항상 등장하는 노동계 이슈가 있다. 최저임금 문제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위원회에 이듬해 최저임금 심의를 요구하는 3월 말부터 최저임금 인상폭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시작된다.

최저임금 논쟁의 중심에는 소상공인과 노동시장 취약 계층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다시 말해 최저임금 인상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계층이 바로 이들이란 뜻이다. 고소득 직장인들에겐 피부에 와 닿는 논쟁거리가 아니다. 최저임금 논쟁에 불이 붙으면 두 주체는 거리로 나선다. 인건비 부담에 문을 닫게 생겼다는 소상공인들의 사연, 최저임금이 올라도 여전히 빚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젊은이들의 사연, 거리에 나선 이들의 구호와 집단행동이 집중 보도된다.

자극적인 보도와 눈앞에 드러난 현상에 압도당해 우리는 진실을 돌아볼 기회를 놓친다. 소상공인과 노동자들의 대결 구도 속에서 상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맹점의 불공정 거래와 통제되지 않는 건물 임대료, 치솟는 물가 같은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는 슬그머니 묻힌다. 본질은 숨고 최저임금 논란은 이 같은 '을과 병'의 싸움이 된다.

을과 병의 어긋난 싸움은 사회 곳곳에서 발견된다. 최근 인천 일부 공립유치원들이 교육시간 문제로 논란에 휩싸였다. 유치원 수업은 오전 '교육과정'과 오후 '방과 후 수업'으로 나뉘는데 교육과정은 유치원 교사가, 방과 후 수업은 방과 후 강사가 맡는다.

그런데 인천 남동구와 연수구 다수 유치원에서 내년 원아 모집 요강에 교육과정 시간을 줄인 시간표를 제시해 방과 후 강사들이 포함된 교육공무직노동조합의 반발을 샀다. 교육과정이 줄면 그만큼 방과 후 강사들의 업무가 늘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를 쓴 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비롯한 유치원 교사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유치원 교사들의 가중된 노동 현실을 이해해 달라는 당부였다. 실제 전교조 인천지부가 공립유치원 교사 162명을 상대로 한 근무 환경 실태 조사를 보면 이들 중 141명이 일하며 질병을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이 다른 이의 노동을 주춧돌로 삼고 있다면 다시 돌아봐야 한다. 노동의 가치는 동일하다. 각종 행사와 공문처리에 지쳐 있는 유치원 교사들의 분노가 향해야 할 곳은 방과 후 강사가 아니다. 이 같은 현실에 눈감고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는 교육 당국이다. 을과 병의 싸움에 웃음 짓고 있는 이들은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