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19년 11월20일로 아베의 총리 재임기간이 일본 역대 최장기록이 됐다. 아베는 2006년 9월부터 총리에 취임했다가 1년 만에 조용히 총리관저에서 물러났다.

1년 동안 측근들이 장관으로 임명되었고, 그들은 망언이나 부정부패 스캔들을 쏟아냈다. 결국 아베는 건강상의 이유로 총리직을 중도에 그만두면서 일본 유력 정치인의 정치경력에 끝이 온 것으로까지 받아 들여졌다.

아베가 다시 부활하게 된 계기는 동일본 대지진이었다. 일본 역사상 처음으로 2009년에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뒤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듯했으나 집권 경험이 없는 민주당에 실책이 끊이지 않았다. 인기가 바닥에 떨어졌던 민주당 정권에 치명타는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이었다.

민주당 정권은 그렇지 않아도 무능했는데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 수습 과정에서 최악의 무능함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2012년부터 민주당 정권이 다시 자민당으로 교체되어 현재까지 아베가 다시 총리를 하게 됐다.
아베가 집권하는 동안 대대적으로 경기를 부양해 과거의 잃어버린 20년에서 빠져나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른바 아베노믹스는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기반으로 시장에 돈을 풀고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실적을 확대시켰다. 그 결과 일본의 실업률이 2% 초반대에 머물고 대학생은 졸업 뒤 취업 걱정 없이 직장을 골라서 가는 시대에 들어섰다.

그러나 아베는 집권하는 동안 끊이지 않는 스캔들로 치명상을 입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2017년 아베의 사학 스캔들이다. 당시 아베의 부인이 국유지를 오사카 지역의 학교법인 모리토모 학원에게 시세의 1/10로 넘기는데 관련되었다고 알려졌다. 모리토모 학원이 극우 성향의 교육으로 유명한데 국유지까지 헐값으로 넘겨받았다는 소식은 일본사회를 뒤흔들었다. 애초 학교법인 이사장이 아베나 그의 부인이 학교의 부지 확보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졸지에 권력으로부터 희생양이 되어버린 학교법인 이사장은 아베의 부인이 아베의 이름으로 기부금 100만엔을 냈다고 폭로했다.

그 다음에는 경제통계 조작 스캔들이 있다. 일본의 후생노동성이 매달 근로자 임금과 노동시간을 조사해서 발표하는데 2004년부터는 전수조사라는 규정을 어기고 일부 표본조사로 실시했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기업만 조사대상에 포함시켜서 임금증가율이 높은 것으로 보여주고, 이것이 바로 아베노믹스의 성과라고 자랑해왔다. 하지만 2018년부터 후생노동성이 499명 이하의 중소기업 표본을 바꾸는 과정에서 통계를 조작해왔던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처음에는 후생노동성이 부인했지만 아사히신문의 특종으로 조작 사실을 인정하게 됐다.

올해에는 벚꽃놀이 스캔들이 확산되는 중이다. 현재 논란의 대상이 된 벚꽃놀이는 원래 총리가 사회 각계 유명인사를 모아 격려하는 국가행사다. 그런데 아베와 측근들이 국민세금으로 열리는 벚꽃놀이에 자기들 후원회 회원들을 초청해 사유화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그 덕에 아베가 재집권했던 2013년부터 참석자가 1/3 증가했고 지출액이 약 2배정도로 커졌다. 아베는 참석자 명단을 파쇄기에 넣어 갈아버렸고, 이에 아베에 대한 지지율 여론조사는 나빠지고 있다.

아베는 이 모든 것을 2020년 동경올림픽으로 만회하려 한다. 하지만 세계 3대 투자자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는 짐 로저스가 일본에 경고 메시지를 한 번 더 보냈다. 로저스는 일본이 2020년 동경올림픽 이후 쇠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역사적으로 올림픽은 국가에 돈벌이가 된 사례가 없다. 단기적인 수익이 될 지 몰라도 국가 전체로는 폐해를 끼친다"면서 "일본의 부채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아베는 현재 방사능 오염 천지인 일본을, 동경올림픽을 통하여 안전하다고 보여주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동경올림픽 준비 사항 때문에 오히려 방사능 오염이 심각하다는 사실이 전세계에 전파되어 비판적 여론이 형성되는 중이다.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재집권에 성공했던 아베가 다시 대지진의 여파인 방사능 오염으로 세계적인 망신을 사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