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된 옹진군 백령도의 해안 유산들이 부실한 관리로 몸살을 앓는다. 훼손 위기를 겪는 자연유산을 보호하고 지키려는 노력이 아쉽기만 하다. 백령도에는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이 모두 5곳 지정돼 있었지만, 그 중 하나였던 연화리 무궁화는 고사하면서 지난 1일 해제 고시된 상태다.

본보 기자와 인천녹색연합이 이들 현장을 찾아 조사한 결과 엉망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비행기가 이착륙할 정도로 모래층이 단단해 천연기념물 제391호로 지정된 진촌리 사곶해변 입구에는 '모래 유실 및 훼손 방지를 위해 차량 출입을 통제한다'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을 정도다.

모래사장으로 들어서자 자국이 선명할 만큼 발이 빠졌다. 한국전쟁 당시 비상 활주로로 쓰이고, 국제민간항공기구에도 등록됐다는 홍보 문구가 무색하다. 천연기념물 제392호 남포리 콩돌해안(콩돌해빈)에도 '바다에서 떠내려온 기름 찌꺼기를 주의하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갖가지 색깔의 콩알 모양 자갈들로 이뤄진 콩돌해안 한쪽으로는 흙과 뒤섞인 퇴적층도 생겨 콩돌이 유실되는 현상도 발견됐다.

그런가 하면 백령도 해안에는 철조망과 해양 쓰레기들이 방치된 실정이다. 하늬해변에는 철조망과 해양 쓰레기들이 나뒹굴고 있다. 주민들이 나서 치우긴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늬해변은 멸종위기 종인 점박이물범의 주요 서식지로, 천연기념물 제393호로 지정된 '감람암포획 현무암'도 분포하는 곳이다. 사곶해변과 콩돌해안의 경우 진촌리 현무암 분포지와 함께 지난 1997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이들을 포함한 백령도·대청도 지질 명소 10곳은 지난 6월 국가지질공원으로도 인증돼 학술적 가치와 수려한 경관을 높이 평가받는다.

지질유산 훼손은 학술적·경관적 가치 상실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특히 내년 초 백령도 공항 개발 계획이 발표되면, 관광수요도 급증할 전망이다. 하지만 자연유산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모처럼 맞는 기회를 놓치고 만다. 인천시와 옹진군은 백령권 섬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이들 자연유산을 지키는 노력을 해야 마땅하다. 그래서 서해 최북단 백령권을 '관광 명소'로 꾀해야 할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