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진 인천문화재단 공간문화팀장예술경영학박사

얼마 전 부평의 한 공연장에서 창작뮤지컬 <언노운>을 선보였다. 일제강점기 인천 부평구에 세워진 군수물자 공장인 조병창을 배경으로 당시의 강제 징용과 독립운동에 대한 내용을 담아 제작된 작품이다. 인천시는 지난 2017년부터 3년 동안 '인천가치와 문화가 있는 공연콘텐츠 개발' 사업을 통해 지역이 가진 문화자원을 활용한 이 공연의 제작을 지원해 왔다.

공연을 선보인 지역예술단체와 작품 제작에 도움을 준 사람들의 노력으로 2000명에 가까운 관객들이 관람했다. 문화예술 콘텐츠가 공공의 지원을 통해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문화예술콘텐츠의 개발은 앞으로 어떻게 이 콘텐츠를 유지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출발점이다.

현대사회에서 문화예술은 행복을 위한 중요한 요소의 하나로 분류된다. 다양한 공공지원의 영역에서는 국민의 행복을 위한 문화향수와 활동의 기회를 넓히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 예술 활동의 기회 확장을 위해 자본에 대한 요구도 매년 높아지는 상황이다.

문화예술의 공공성을 담보로 예술가 및 단체들의 원활한 창작 활동과 시민들의 예술에 대한 관심을 충족할 수 있도록 충분한 예산 지원과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 하지만 문화예술 창작을 위한 공공기금은 사회적 복지만을 위한 예산이 아니다. 작품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활동을 유지하고, 자생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의 방향은 여러 각도에서 생각되어야 할 과제다.

예술 후원의 방식을 다시 한 번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부터 대부분 예술가들의 활동은 귀족과 상인집단을 포함한 유력가 혹은 후원자와의 관계를 통해 진행되어 왔다. 특히 현대에 이르러 예술 후원 활동은 기업중심의 사회공헌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메세나' 사업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메세나 규모는 2039억원에 이른다. 사회적인 관심 속에서 메세나 협회 가입을 통해 지원하는 신규 기업들도 계속 나타나고 있는 추세다. 필요 자원의 직접적인 지원에서 문화예술 콘텐츠 소비를 돕는 등의 간접적 형태까지 다양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에 대한 정보와 방법을 좀 더 적극적으로 알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안정적인 예술 창작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장기적인 협력 관계의 구축은 단시간 얻어지기 힘들기 때문에 꾸준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예술인들 가운데 순수하게 예술 활동만으로 풍족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점점 찾아보기 어렵다. 경제적 활동의 한계와 생활고를 우려해 예술 전공생들이 창작자로의 길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예술가로서 문화예술을 통한 행복과 즐거움이 삶에 대한 선택기준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스스로가 좋아하기 때문에 예술 활동으로 행복을 찾는다는 사명감도 함께 요구되는 사회다. 따라서 메세나를 통한 기업들의 문화예술 참여 방식을 더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지역을 기반으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자립 방식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백범 김구 선생은 그의 일기에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라는 글귀를 남겼다. 세계에서 문화강국으로 인식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위상과 함께 문화예술을 통해 우리 모두가 행복한 환경을 안정적으로 설계하고 구축할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