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준 사회부 차장

나란히 서 있는 회색빛 웅장한 건물 2곳의 수많은 창문들이 햇살을 받아 찬란한 빛줄기를 내리쬔다. 인천고등법원과 인천고등검찰청이다. 건물 앞 지하철역 출구에서 나온 법원·검찰청 직원들이 출근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잰걸음을 한다. 건물 뒤편엔 인천지법 북부지원과 인천지검 북부지청이 자리하고 있다.

건물들 사이에 조성된 인공호수 주변에선 시민들이 산책을 하거나 나무의자에서 책을 읽으며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각각 바다와 남북 평화를 상징하는 해사법원·통일법원도 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 대표적 법조타운 서울 서초동 일대를 묘사한 게 아니다. 인천에서 충분히 실현할 수 있는 '미래의 법조타운'이다.

법조타운의 핵심은 인천고등법원이다. 광주·대구·대전·부산·울산·인천 등 전국 6개 광역시 중 고등법원이 없는 도시는 인천과 울산뿐이다. 올 3월에는 경기 남부지역을 관할하는 수원고등법원도 문을 열었다. 비슷한 시기 인천지법에 서울고등법원 원외재판부가 개원했지만 인천시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지울 순 없었다. 과거부터 인천지법 관할 인천·부천·김포시민들은 서울고등법원까지 가서 항소심 재판을 받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법부의 중앙집권적이자 안일한 생각이 지금의 열악한 사법 환경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인천의 위상이 굉장히 커졌다. 인천은 2016년 인구 3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경제 규모(지역내총생산)로는 국내 2위로 올라서는 등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선도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한 외국인들이 첫발을 내딛는 곳도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인천이다. 인천항과 인천공항이 소재한 인천은 국내외 해운사 간 국제적 분쟁을 해결하는 해사법원을 설치할 장소로도 안성맞춤이다.

다양한 사법 체계를 하나로 집대성한 미래지향적 인천 법조타운이 들어서는 지역은 서초동 법조타운 못지않게 경제적·문화적·사법적 발전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비대한 서울 인구를 인천으로 분산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시민들의 사법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면서 사법 신뢰도 또한 높아질 것이다. 그래서 대법원과 법원행정처는 인천고법 설치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

정치권은 나눠먹기식이나 표몰이식으로 법조타운의 청사진을 조각낼 생각하지 말고 진정으로 인천시민의 재판 청구권(신속히 재판받을 권리)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할 때다. 그리고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인천고법을 조속히 설치해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