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석 인천시 주택녹지국장

인천은 신도시 개발과 원도심 정비사업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토지의 효율적 이용과 사업성 등으로 공동주택 고층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공동주택 고층화는 주변 저층부 주택가와 공동주택 단지 내 일조 침해를 발생하게 한다.

 

일조권은 햇볕을 쬘 수 있도록 법률상 보호된 권리다. 서울고등법원 판례를 보면 동짓날 기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6시간 중 2시간 이상 일조시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일조 침해로 인정하고 있다. 최근 서구 루원시티 대단지 옆 49층 생활형 숙박시설 건립으로 인근 주민들이 일조권을 침해받아 반발이 심하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건축심의 과정에서 공동주택의 일조 시뮬레이션 요구 증가와 내부 일조 불합리로 재검토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는 등 전문가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신도시의 경우 내부 일조율이 대부분 80% 이상 확보되고 있지만, 원도심 정비사업의 공동주택은 50~60%의 내부 일조율을 보이는 실정이다. 정비사업 공동주택의 경우 40~50% 세대가 동짓날 일조 2시간 이상을 받지 못해 일조 침해를 받는 것이다.

서울시는 건물 관리 방안으로 도성 인근 높이를 제한하고, 한강유역환경청은 개발사업 평가 기준을 내부 일조율 70% 이상, 외부 일조율 100%를 충족토록 요구한다. 광주시는 내부 일조율 80% 이상으로 권고기준을 시행하고 있다. 인천시도 올 10월부터 주거 기본권을 위해 건축위원회 심의 일조 권고기준을 내부 일조율 70% 이상으로 방침을 정했다.

지역여건상 부득이한 정비사업 등은 건축위원회가 인정하는 경우로 내부 일조율 최소 65% 이상을 만족토록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 시는 사업성 향상 요구로 3종 일반주거 용적률을 2009년 250%, 2013년 275%, 2016년 뉴스테이사업은 300%까지 상향했다. 주거기본권 논란에 대해 주거정책의 보다 폭넓은 시각과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개발이익만을 앞세워 일조에 따른 입주자 주거기본권까지 침해하면서 공동주택이 건립된다면 향후 더 큰 주거환경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원도심 정비사업은 주거환경이 열악해 재개발·재건축이 시급하더라도 사업 여건에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일조율을 상향하는 의식 전환과 도시를 아우르는 관리시스템의 균형이 절실하다.

이는 원도심 정비사업에 지장을 주는 게 아니라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도시와 주거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정책으로 봐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입주 주민에게도 일조 기본권 보장과 가치 상승 등의 수혜가 돌아간다. 쾌적한 주거환경은 경관뿐 아니라 일조 기본권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와 더불어 주거정책의 큰 틀을 담당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서 시와 시민, 건설관계자 간 서로 책임과 피해를 전가하거나 요구하기보다는 주택 노후화를 대비하고 시대 상황에 맞는 제도 정비 논의를 통해 상생할 수 있는 세심한 정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