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열어 둔다
바닥에 빗자루를 댄다
오늘 아침은 빗자루가 타일 바닥을
쓸지 않고
쓰다듬고 있다

네가 오면 제일 먼저
누가 오기로 한 날이 아닌 날에도
매일 아침 현관문 앞에 알록달록
꼴람을 그려 놓던
인도 사람 얘기를 해 줘야지

무성하게 자란 벤쿠버 고사리를 문밖에 내둔다
네가 오기로 한 날이니까

열어둔다
시간이 조금씩 주름이 접힌다
시간이 조금씩 허점을 다듬는다

밤새 평생 동안 잃어버리기만 했던 우산들이 모두 돌아와
수북이 쌓여 있다
평생 동안 젖어 있기만 했던 우산들을
나는 하나하나 편다
그대로 둔다

네가 오면 제일 먼저
이것들을 보겠지
우리 집을
칠월의 포도송이 같다고 해 주면 좋겠다
아니면 팔월의 오동나무

열어 둔다

▶이 시는 누군가를 혹은 무엇인가를 간절히 기다리는 마음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바닥을 빗자루로 쓰다듬듯 정성스레 쓸고 있다. 평생 동안 잃어버리기만 했던 우산들은 모두 돌아와 수북이 쌓여 있다. 삶 속에서 사라져간 것들이, 마음 속 응어리들이 '너'가 오고 있다는 사실로 모두 풀어진다. "평생 동안 젖어 있기만 했던 우산들"은 이제 따스한 햇볕아래 놓이게 되는 것이다. 시인은 이 모든 말들을 "열어 둔다"라는 표현으로 대신한다. 세계를 향해 닫힌 마음을 열고 있는 것이다. 이 시의 끝자락에서 '너'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권경아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