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계운 인천대 명예교수ㆍ상수도혁신위위원장
▲최계운 인천대 명예교수ㆍ상수도혁신위위원장

아픔이 아픔 자체로만 끝나지 않고, 새로운 탄생을 위한 진통이 되어야만 의미가 있다. 인천이 붉은 수돗물 도시를 극복하고, 국제도시에 걸맞는 수돗물 공급을 위해 수돗물 공급과 운영 패러다임을 바꾸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인천시는 지난 8월, 상당한 기간 동안 수돗물 아픔을 겪은 인천시민들의 지존심을 회복하고 제대로 된 수돗물 공급을 위해 인천상수도혁신위원회를 구성하여 행정과 서비스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대장정을 시작했다.

혁신위원회는 8월16일 위원장 선출과 시민소통·제도분과, 조직·재정분과, 기술분과 등 3개의 분과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각계각층의 대표들로 구성된 혁신위원회는 매주 회의를 개최하고 지난달 10일에 7개의 단기 혁신과제를 확정했다.

그 첫 번째는 수도꼭지에서 수돗물을 직접 음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는 일이다. 아울러 수돗물 관련한 모든 정보를 시민들에게 스마트폰으로 과감하게 공개해 나갈 것이다. 이번 사태도 정보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아 불신이 커진 측면이 있다. 공기관부터 앞장서서 음수대를 설치하고 플라스틱 병물 사용을 줄여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수장부터 가정에 이르기까지 수돗물의 수질이 보장되어야 한다. 내년에 시범지역 운영을 시작으로 점차로 인천지역 전역에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둘째는 대 시민 수돗물 서비스 강화이다.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워터코디와 워터닥터를 운영하여 각종 시민 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조례를 통해 수돗물 운영을 시민들과 함께 고민하는 민·관 거버넌스를 구성해 수돗물 운영 선진화를 추진한다. 이는 전국 최초의 사례로 많은 지자체들이 눈여겨 볼 것이다.
셋째는 상수도사업본부의 조직을 혁신해 나가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불신으로 이끈 전문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책임성을 강화하는 제도를 도입하며, 우수인력이 장기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 나갈 것이다.

또한 수돗물 공급 원칙을 물 복지 차원으로 바꾸어 소외된 지역과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를 강화해 나가고 요금제도도 개선해 나갈 것이다.

넷째로 이번 사태를 야기한 수도관 내부의 불순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로 세척과 유지관리를 체계화해 나가고자 한다. 땅속 수도관에 대해서도 스마트워터그리드를 체계적으로 도입해 관망을 선진적으로 운영해 나갈 것이다. 이는 도로 내 네비게이션을 완비하는 것과 유사하다. 네비게이션을 통해 언제나 도로 상황 파악이 가능하고, 사고시는 이를 우회할 수도 있다. 이제 땅속에 있는 관 내부나 물탱크 등의 상태 파악이 언제나 가능하고 비상시에 신속한 대처가 수월하도록 만들 방침이다.

이밖에도 붉은 수돗물 사고지역에 대한 대책도 강화해 나가고, 공급자 중심의 수돗물 법령을 소비자 중심으로 개선하는 등 상수도 관련 법령 개선 방안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해 중앙정부와 국회에 제시할 계획이다.

단기과제를 확정한 혁신위원회는 매번 회의시마다 실천 상태를 분석하고, 내년 실천 로드맵을 점검하고 있다. 단기과제에서 확정되지 못한 과제들은 중기과제로 선정될 것이다.

혁신을 말하기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그동안 관행이나 방향이 바뀔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바꾸어야 하고, 또한 각고의 노력도 필요하다. 아픔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인천은 이러한 노력을 시작했고, 내년이 혁신 수돗물 원년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인천시민들과 인천시, 시민단체, 언론, 전문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고 협력해 나가야 한다. 인천상수도혁신위원회도 시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선진 상수도 운영이 계획대로 추진되도록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