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의 두 얼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주택을 건설·공급하고, 도시 개발을 주도함으로써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고 경제 활성화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다른 한편으로 LH는 택지 개발, 산업·물류단지, 경제자유구역 조성 등 사업 시행 주체로서 어떤 기관보다 공공성이 요구되는 공기업의 자격을 부여받았으나 책무를 망각하고 이익을 취하는 개발 논리에 빠져 있었다.

값싼 토지를 공급받아 그에 합당한 주택 공급을 해야 했지만, 가장 소중한 '주민 의견'을 무시하는 등 부동산 개발업자로 전락하지 않았나 묻지 않을 수 없다.

인천에서 LH는 루원시티, 검단신도시, 청라국제도시, 영종하늘도시, 동인천역세권, 계양테크노밸리, 가정2지구 등 경제자유구역과 도심 외곽 택지 개발을 왕성하게 진행하고 있다.

인천도시공사가 부채 문제로 사업을 진행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자 LH가 나서면서 대형 건설업체가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혜택을 누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인천시는 LH가 공기업이란 점에만 주목했지, 몸집을 키우고 개발 이익을 위해 사업을 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잊고 있었다.

LH가 지역에서 벌이는 사업의 조성원가·개발이익에 대한 이의 제기나 개발 이익을 재투자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LH는 원도심 재생을 위한 숙원사업인 내항 1·8부두 재개발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가 돌연 철수했다.

가정2지구 등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고 아파트를 개발하는 손쉬운 사업으로 돈이 되면 참여하고, 원도심 재생사업에서는 빠지는 모습에 LH의 '국민의 더 나은 삶, 국민과 항상 함께하는 LH' 라는 슬로건을 되새겨보게 된다.

게다가 LH는 사업비를 추가 정산하라며 동구 동산지구에 53억원, 부평구 부개지구에 169억원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지금도 각 지자체는 소송으로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

패소 시에는 이자·정산금을 모조리 지급해야 할 처지다.

지자체 노력으로 승소해 시민에게 교통, 교육, 도시재생, 거주환경 개선 등 개발 이익을 돌려준 경우도 있다.

2014년 경기 고양시가 풍도지구 시행자인 LH에 부과한 개발부담금 환수 소송, 2017년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개발이익 환수 소송, 2019년 전남 나주시가 LH·전남개발공사·광주도시공사 등 혁신도시 개발 3사를 상대로 제기한 개발분담금 소송 등으로 지자체는 개발 이익을 환수받았다.

LH가 '인천지역본부'를 운영하며 지역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반면, 시는 중앙정부나 국가 공기업에서 추진하는 사업 관리를 망각하고 있다.

당장 시는 공기업 개발이익 환수를 위한 '개발이익 환수팀(가칭)'을 조직·구성하고 전담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또 지역개발 문제를 협의하는 논의기구를 구성하고 운영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

LH는 법 기준을 들어 어쩔 수 없다는 책임 회피 대신 개발을 우선순위에 둔 법률을 적용하기에는 시대가 달라진 점을 직시해야 한다.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과 같은 법 시행령의 '개발이익재투자 적용시점' 불일치에 따른 조정, 공공택지개발사업 지구의 무상 귀속대상을 공공청사·문화시설·공공체육시설 등까지 확대하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3호의 개정이 시급하다.

인천 원도심은 인구 유출로 인한 상권 쇠락, 기반시설 노후화 등의 악순환에 처해 있다.

시는 LH의 도시재생과 접목해 개발 이익으로 주차장·문화체육시설 등 생활 SOC 시설을 갖추는 상생 방안을 연구함으로써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푸는 시도를 지속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LH의 존재 이유를 되돌아보며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민 공감대와 자발적 참여를 이끌며 획일적인 개발 대신 '사람 냄새 나는' 도시로 탈바꿈하는 그날까지 LH와 인천시가 함께 매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