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녹색연합은 그제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와 시의회는 제대로 생태조사를 벌여 계양산 보호 종합계획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시민·사회운동으로 지켜낸 계양산이 시름시름 앓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산의 생태 환경이 훼손돼 보전·관리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훼손 지역 복원도 시급하다고 한다. 계양산 생태를 해치는 가장 큰 문제는 시민들의 '등산'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곳에 비해 큰 산이 별로 없는 인천에서 계양산(395m)은 강화를 제외하고 가장 높다. 정상에 오르면 사방이 탁 트여 있다. 시민들은 나름대로 건강을 챙기고 일상의 스트레스를 푸는 등 다양한 이유로 산을 찾는다. 이런 점에서 등산은 훌륭한 레저활동 중 하나다. 그럼에도 산은 한편으론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 인천녹색연합이 조사한 결과를 봐도 그렇다. 이 단체에 따르면 몇년 전부터 등산객 이용도가 높은 계양산 일대 생태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보호해야 할 동·식물 개체군이 많이 발견됐다.

계양산에선 쌍꼬리부전나비·대모잠자리·물장군 등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509종의 곤충이 확인됐다. 식물은 총 608종이고, 조류는 법정 보호종인 참매·황조롱이·솔부엉이·말똥가리 등 62종에 이른다. 양서류론 멸종위기종인 맹꽁이와 한국고유종인 한국산개구리 등 3목6과9종이 서식한다.

계양산에 사는 파충류는 1목3과7종이다. 그런가 하면 계양산 둘레길 조성 이후 등산객은 더 늘었다고 한다. 하루 평균 1만5천여명이 찾는다. 등산로의 경우 계양산 정상까지 행정기관이 파악한 숫자보다 2배 정도 많다. 이처럼 늘어난 등산로와 등산객으로 인한 급경사지 훼손은 아주 심각한 상태다. 전체 등산로 실태 조사 후 일부 폐쇄 등의 조치가 필요한 까닭이다. '계양산 골프장 갈등'은 지난해 10월 인천시를 상대로 한 롯데건설의 행정소송 대법원 기각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그동안 시민들과 환경단체 등에서 줄기차게 싸워 이뤄낸 성과지만, 그 사이 계양산의 참 생태적 가치는 별로 기록되지 못했다. 2011년엔 계양산 보호 조례가 제정됐음에도 그에 따른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 시와 시의회는 하루빨리 계양산 보호 방안을 세워 '좋은 산'으로 지켜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