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문화읽기] 돌아온 김장철에 만나는 경기도 대표 김치
[경기문화읽기] 돌아온 김장철에 만나는 경기도 대표 김치
  • 박혜림
  • 승인 2019.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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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익는 계절이 왔다 

 

돌아온 김장철에 만나는 경기도 대표 김치

입동이 지나면 김장을 해야 한다.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인 입동이 지났으니 가정에서는 겨우내 먹을 김치를 담그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19세기부터 전해 내려온 우리 고유의 문화, '김장'은 2015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되면서 그 가치를 입증받았다. 각 지역마다 달리 나는 식재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특색 있는 김치는 지역마다의 맛과 멋을 담고 있다. 이 가운데 다양한 지역 출신 사람들이 모여사는 경기도 지역의 김치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가짓수를 자랑한다. 전국의 농수산물이 모여 있는 경기도에서 만드는 특색 있는 경기도 김치를 소개한다.
 

개성보쌈김치 여러 가지 속 재료로 맛·영양 풍부 
용인 오이지 팔도 최고 오이로 담가 단맛 유명 

장김치 간장으로 맛을 낸 궁중 김치 진수 
숙깍두기 삶은 무로 담가 노인도 먹기 좋아 
고구마 줄기 김치 재료 부족한 시기에 즐겼던 '별미' 
씨도리 김치 덜 여문 배추로 담근 맑은 물김치




산해진미로 만든 경기도의 김치
김장 김치는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로 만들어졌다. 대개 기온에 따라 간을 하는 정도와 생산되는 식재료가 영향을 끼쳤다. 주로 북쪽 지방은 기온이 낮아 소금 간을 싱겁게 하고 양념도 담백하게 해 채소의 신선함을 그대로 살린 반면, 남쪽 지방에서는 짜게 간을 하기 위해 젓국을 사용했다. 젓국을 많이 쓸 때는 마늘, 생강, 고춧가루 등을 넣어 젓국 냄새를 없애는데 이들 재료는 김치가 삭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나라의 수도 역할을 해 온 서울과 그 인근의 경기도는 궁중에서 먹던 김치를 중심으로 발달했다. 각 지역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살았던 경수지역의 특성상 전국의 농수산물이 모두 모인 지역이기도 했다. 그만큼 다양한 가짓수와 화려한 모양새를 자랑하는 것이 경기지역 김치의 특징이다.

서해안의 풍부한 해산물과 동쪽 산간 지방의 산채, 넓은 들과 밭에서 곡식 등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다양한 김치가 경기지역에서 만들어졌다.

다른 지역에 비해 간이 짜거나 맵지 않고 삼삼한 맛을 내며 새우젓, 조기젓, 황석어젓 등 담백한 젓국을 즐겨 썼다. 그러다가 여러 지역의 사람들이 경기지역으로 모여 들면서 생새우나 생태, 생갈치를 넣거나 멸치젓을 사용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온갖 종류의 김치가 다 모여 있는 경기도의 김치는 그중에서도 섞박지나 보쌈김치, 총각김치, 깍두기 형태의 김치를 주로 담가 먹었다.



영양 만점 '개성보쌈김치'
경기, 인천, 서울, 개성 등은 비슷한 생활양식을 가진 만큼 김치의 맛이나 재료의 쓰임, 형태가 닮아있다. 특히 경기도 대표 김치 중 하나가 바로 개성지역에서 파생된 보쌈김치이다.

개성 보쌈김치는 무, 갓, 미나리, 밤, 배, 잣, 낙지, 굴, 표고버섯 등 여러 가지 속 재료로 넣고 절인 배춧잎 보자기로 싸서 내는 쌈김치이다. 한 가지 특징은 배와 무를 편으로 썰어 단지에 차곡차곡 함께 넣고 끓인 소금물 또는 고깃국물을 부어 김치를 익혀먹는 점이다. 이때 김칫국물은 소금과 젓갈로 간을 맞추고 보쌈김치가 잠기도록 국물을 충분히 부어야 하며 보쌈김치 사이에 무를 끼워 시원한 국물 맛을 낸다.

개성보쌈김치는 맛과 영양이 풍부하고 손이 많이 가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상에 낼 때는 썰 필요 없이 하나씩 담아내기 때문에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보쌈김치는 개성지방의 명물로 맛과 향이 독특하고 국물이 달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유명했다. 이는 개성지역에서 재배하는 배추가 통이 크고 잎이 넓어 보쌈김치를 만들기에 매우 적합한 이유에서 였다. 개성배추는 속이 연하고 길고 맛이 고소하며 통이 크고 잎이 매우 넓어 쌈김치를 하기에 좋은 조건들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개성지역에는 보쌈김치가 발달했다.

조선 제일의 '용인 오이지'
우리 선조들은 냉장고가 귀하던 시절, 오이지를 담가 먹으며 무더위를 달랬다. 수분이 많고 찬 성질의 오이가 체내 열을 내려줬기 때문. 그중에서도 용인지역의 오이지는 조선팔도 최고의 오이지로 꼽혔다.

용인 오이지는 조선시대에 쓰인 고조리서(古調理書)에도 등장할 만큼 오랜 역사를 가진 지방 향토 음식이다. 일제강점기 문인인 최영년의 저서 '해동죽지(海東竹枝)'에 따르면 용인 오이지를 조선 최고의 명물 음식으로 꼽으며 '용인에서 나오는 오이와 마늘, 파로 오이지를 담그면 부드럽고 맛이 깊을 뿐만 아니라 국물은 시원하고 단 것이 사탕수수 즙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극찬한 구절이 있다. 160년이나 앞선 영조 때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와 규합총서(閨閤叢書)에도 용인 오이지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특별히 용인 오이지가 남다른 맛을 자랑했던 것에는 용인 산지의 기후와 토양이 밀접한 연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해동죽지에서 소문난 용인 오이지의 종자를 수원에 옮겨 심었으나 수원 땅에서 난 오이는 용인 오이와 다른 맛을 보였다는 내용이 전해지고 있다.

용인 오이지는 늙은 오이에 소금과 쌀뜨물 섞어 끓여 낸 후 국물을 따라 내기를 서너 번 반복해 저장한 음식이다. 아삭아삭 씹히는 맛과 새콤한 맛을 내는 침채류로서 '용인 외지'라고도 불렸다.

용인 오이지는 경기도 지방의 대표적인 장아찌 요리로 칼륨이 풍부해 체내의 노폐물을 배설시켜 몸을 가볍게 하고 이뇨 작용을 도와 부종과 갈증 해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궁중 김치의 진수 '장김치'
장김치는 일반 김치와 달리 고춧가루와 소금을 사용하는 대신 간장으로 간을 한다. 간장 국물과 채소가 발효되면서 달고 고소한 맛을 내는 것이 색다르다. 궁중 김치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설이나 추석에 많이 담가 먹던 김치이기도 하다. 특히 배나 밤, 표고, 석이버섯 등 귀한 재료가 사용돼 떡요리와 궁합을 이룬다.


치아가 약하면 '숙깍두기'
깍두기는 한국에서 가장 즐겨 먹는 김치 중에 하나이다. 담그기 쉽고 시원한 맛을 내는 깍두기는 사시사철 내내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깍두기라고 다 같은 깍두기는 아니다. 경기도 지역에서 유래한 숙깍두기는 삶은 무를 사용했기 때문에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워 치아가 약한 노인들도 먹기 좋다. 숙깍두기는 '조선요리제법',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도 소개되고 있을 만큼 오랜 역사를 가진 향토음식이다.


배추 대신 '고구마 줄기 김치'
껍질을 벗긴 고구마 줄기를 소금물에 절여 김치로 만드는 음식이다. 다진 마늘과 소금에 버무려 고춧가루, 다진 마늘, 생강, 검은깨, 설탕, 초피 가루를 넣어 무쳐 낸다. 서울, 경기지역뿐 아니라 경남에서도 고구마 줄기 김치를 즐겨 먹는다. 경남 통영의 제례음식이며 딸이 시집갈 때 이바지 음식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대개 여름부터 가을까지 김치 재료가 마땅치 않을 때 별미로 즐겨 먹었다.


고품격 물김치 '씨도리 김치'
씨도리 김치는 씨도리 배추에 마늘, 생강, 고추, 배 등을 넣어 맑게 담근 물김치를 말한다. 씨도리 배추란 잎의 푸른 부분이 많고 속이 잘 여물지 않은 배추인데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낸다. 김치를 담글 때는 고추씨까지 몽땅 사용하며 절인 배추를 겉잎으로 감싸 김치통에 넣은 뒤 김치 위로 무거운 것을 눌러 놓고 국물을 부어 2~3일 익힌 뒤 먹는다. 김장철에 담가 설 무렵까지 먹으며 주로 황해도와 개성지역에서 즐겨 먹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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