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서류상 노동시간 줄여서 임금협정·최저임금 지급 관행
대법 올해 '무효' '탈법' 판결 안산·시흥 등 곳곳 소송·시위

경기도내 택시노동자들이 내년 1월 '택시완전월급제' 시행을 앞두고, 회사를 상대로 밀린 임금 반환 소송에 나서고 있다.

실제 노동시간은 변화가 없는데도 서류상으로만 노동시간을 줄여 최저임금 위반을 피해 온 택시업계의 관행이 탈법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택시회사들은 소송결과와 함께 노동자 규모에 따라 수억원의 체불 임금을 줘야 할 가능성이 커져 초비상에 걸린 상태다. ▶관련기사 19면

10일 도내 택시업계에 따르면 올해 8월 대법원은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려 고정급은 그대로 두고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택시노동자와 사측 간 맺은 임금협정을 '무효'라고 판단했다.

앞서 4월에도 택시회사가 최저임금법 위반 회피 목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기로 '취업규칙'을 변경한 것도 탈법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도내 택시노동자들은 대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소송 전에 뛰어들고 있다.

택시 140여대를 운행하는 안산 A사 노동자 40여명은 최근 '3년 치 임금을 돌려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법원에 낸 자료 등을 종합하면 노동자 실제 근무시간은 12시간(오전 2시~오후2시)이다. 25일 만근 기준으로 월 근무시간은 300시간이다.

이를 기준으로 2017년 최저임금(6470원)을 적용하면 이들이 받아야 할 고정급은 194만4100원이다. 이들은 '매월 고정적으로 받는 고정급'과 '사납금을 내고 남은 수익금(초과운송수입금)'을 받아간다.

고정급 지급기준은 최저임금법을 적용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받아간 고정급은 52만6000원에 불과했다. 시간당 1753원으로 최저임금과 크게 차이가 난다.

이 같은 이유는 실제 근무시간과 임금협정서에 명시 된 근무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의 임금협정서에는 오전 6시~오후 2시(오후2시~오후 10시) 8시간을 근무한다고 나와 있다.

이중 휴식시간 6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2시간 근무한다고 명시 돼 있다. 즉 이 기준으로 고정급을 받다 보니 차이가 난 것이다.

현재 시흥에서도 택시노동자 5명이 회사를 상대로 동일한 소송을 제기했고, 남양주에서도 밀린 임금을 달라는 1인 시위를 이어가는 등 반발 조짐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도내 택시회사가 150여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택시월급제가 시행되기 전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도내 한 택시업계 관계자는 "대법원에서도 그동안 관행처럼 굳어온 임금체계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난 만큼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노동자가 많다"며 "이는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택시회사가 몰려 있는 경기도와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파장이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한편 택시완전월급제를 시행하는 등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2020년 1월 시행된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