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일 논설위원
▲이문일 논설위원

작약도(芍藥島)는 월미도와 영종도 사이에 놓인 아주 작은 섬(7만2924㎡)이다. 동구 내 유일한 섬으로, 여전히 사람이 살지 않는다. 과거 월미도와 함께 인천의 대표적 휴양지로 꼽혔었다. 사람들은 작지만 우거진 숲을 나름대로 즐겼다. 그러다가 섬과 육지를 오가던 여객선이 2013년에 끊겼다. 당시 월미도~작약도~영종 구읍뱃터를 운항하던 여객선사는 관광객 급감으로 인한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음식점과 휴게소 등 부대시설을 갖추지 못한 작약도는 그저 잠깐 둘러보는 것으로 그쳐야 했다. 작약도를 소유한 건설업체마저 2011년 부도를 내면서 섬 개발은 멈췄다. 어릴 때 만석부두에서 여객선을 타고 작약도로 놀러 갔던 기억이 아스라하다.

인천시가 그런 작약도를 매입해 개발에 나서려고 한다. 시민들이 쉴 수 있는 '힐링 섬'으로 만들기로 했다. 월미도~작약도 항로 개설, 영종도~작약도 사이 집라인 설치, 도보 다리(640m) 건설 등의 구상도 내놓았다.

시는 섬 매입비 70억원 등 138억원을 들여 시민 쉼터와 산책로 등을 조성할 방침이다. 말하자면 '해양 유원지'로 조성하겠다는 방안을 세웠다. 1996년 유원지로 지정된 작약도의 경우 내년 7월까지 개발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공원 일몰제'로 지정이 자동해제된다. 시는 따라서 내년 상반기까지 실시계획인가를 받을 계획이지만, 사업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업 추진을 위한 보상비가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은 탓이다. 시는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작약도를 개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동구는 작약도 지명을 물치도(勿淄島)로 바꾸려고 한다. 식민지 시대 잔재를 청산하고,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물치도는 '강화해협의 거센 조류를 치받는 섬'이라는 의미로 알려져 있다. 일제 강점기인 1917년 물치도를 매입한 일본인 화가가 '섬의 형태가 작약꽃 봉오리를 닮았다'고 해서 작약도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구는 추정한다. 일제가 우리 고유 지명을 멋대로 변경한 곳이 어디 작약도뿐이랴. 인천에도 수두룩하다. 송도(松島·마쓰시마)는 그 대표적 사례다. '송도'는 일본 내 3대 명승지 중 하나이다. 아울러 청일·노일전쟁 때 인천항을 드나들며 전공을 세워 일제가 자랑했던 군함 '송도호'의 다름 아니다. 애초에 '송도'란 지명은 인천에 없었다.

아무튼 인천인들이 잃어버렸던 작약도가 제 이름을 되찾고 해양 유원지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인천의 정체성을 바로세우고 관광산업의 구실을 제공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대규모 개발 공사보다는 섬이 지닌 자연 그대로 복원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진정한 '시민 힐링공간'으로 재발견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