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원들이 각자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하나의 범행에 성공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지 않은 조직은 '형법상 범죄단체조직'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범죄단체조직죄는 주로 폭력조직과 보이스피싱 조직을 처벌할 때 적용돼왔다.


인천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이세창)는 사기 및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 기소된 A(27)씨 등 32명의 항소심에서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이들에게 각각 징역 1년~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한다고 10일 밝혔다. 벌금형을 받은 2명을 제외하고 30명이 징역형을 받았다.


이들과 함께 선고를 받은 B(26)씨 등 2명은 판결 내용 일부가 고쳐져 원심 판결이 파기됐지만 형량은 1심(징역형)과 동일했다. 나머지 C(28)씨는 양형 부당 주장이 받아들여져 징역 8월에서 징역 6월로 감경됐다.


이들은 2016년 11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인천에서 무등록 중고차 판매회사를 운영하며 인터넷에 허위 또는 미끼 매물을 올려 선량한 시민들을 유인하는 수법으로 중고차를 팔아 수억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검찰은 이들이 이런 범행을 저지를 목적으로 외부 사무실에 모이고 지각비를 걷는 등 구성원 행동을 구속하는 내부 규율이 있었고, 대표가 구성원들에게 업무 전반적 사항까지 일방적으로 지시한 점 등을 근거로 "최소한의 통솔 체계를 갖춘 범죄단체로 봐야 한다"며 국내 처음으로 중고차 판매조직에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해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을 범죄단체조직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하나의 유기적 통일체로서 범행한 것이 아니고 각각의 범행은 2~3명의 딜러들에 의해 이뤄진 것뿐이어서 단체의 집단적 활동보다는 '개인의 누적적 범행'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보이스피싱 조직을 예시로 들기도 했다.


이어 "피고인들의 조직 체계는 보이스피싱 조직과 같이 점조직으로 구성되더라도 긴밀하게 유기적으로 연결돼 각자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하나의 범행에 성공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1심 재판부도 "피고인들은 대표와 팀장, 팀원으로 직책이나 역할이 분담돼 있었으나 상호 간 친분 관계를 바탕으로 개별 팀으로 이뤄졌다고 보이고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체계적 구조도 형성돼 있진 않았다"며 범죄단체조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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