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고 우려 … 보호대책 필요
▲ 기내에서 여성승무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드바야르 도르지 (52·Odbayar Dorj) 몽골 헌법재판소 소장이 7일 새벽 조사를 마치고 인천지방경찰청을 나오고 있다. 도르지 소장은 지난달 31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항공기 안에서 여성 승무원을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항공기 내 안전을 책임지는 승무원이 성추행과 폭언 등 승객들의 몹쓸 짓에 시달리고 있다. 각종 범죄로부터 승무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7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10시쯤 필리핀 세부행 항공기에서 승무원의 허리 부위를 양손으로 만진 혐의로 러시아 국적 30대 남성 A씨가 인천국제공항경찰단에 불구속 입건됐다. 모국에서 출국한 그는 인천을 경유해 필리핀으로 가려던 것으로 조사됐다.

오드바야르 도르지(52·Odbayar Dorj) 몽골 헌법재판소장도 한국인 승무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그는 전달 31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항공기에서 승무원의 신체 일부를 만지는 등 추행한 혐의로 2차례 조사를 받은 상황이다.

지난해 11월엔 인천공항에 도착한 항공기에서 유리창을 깨는 등 기내에서 승무원에게 폭언과 위협적 행동을 한 30대 한국계 미국인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가수 바비킴도 2015년 6월 인천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항공기에서 난동을 부리고 승무원을 추행한 혐의로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살펴보니 2013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항공기 승무원을 대상으로 한 성추행·폭언·폭행 등 범죄는 모두 178건에 달했다. 매년 30명꼴로 범죄 피해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윤 의원은 "기내에서 벌어지는 불법 행위는 테러와 같다는 판단으로 처벌이 대폭 강화됐으나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항공기 내에서 발생하는 사건은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관리·감독을 철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음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승객들이 항공기에서 제공하는 술을 적당히 즐겨 마시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류 제공을 규제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캠페인 등을 통해 승객들이 과음하지 않도록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