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반알바 처벌 엄중한데다 시가만큼 추징금 선고 '주의'

고령인 탓에 마땅한 일거리가 없던 A(71)씨는 2015년 10월 평소 알고 지내던 남성으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금괴를 운반해주면 항공권과 숙박비는 물론 한 번 운반할 때마다 20만~30만원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A씨가 "세관에 적발될 수 있지 않냐"며 우려를 나타내자 남성은 "금괴를 항문 속에 숨기면 금속탐지기에 걸리지 않는다"고 안심시켰다. 이후 A씨는 2016년 6월까지 한국을 중심으로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모두 34차례에 걸쳐 금괴를 밀수했다가 결국 세관에 꼬리를 밟혔다.

국경을 넘나드는 금괴 운반 아르바이트가 성행하고 있다. 그러나 단 한 번의 행위로도 엄중한 처벌을 받는데다 운반한 금괴 시가만큼 추징금을 선고받게 돼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6단독 오창훈 판사는 지난달 24일 관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10억9000만원을 명령했다. 추징금은 A씨가 운반한 금괴 총량 22.7㎏의 시가로 산정됐다.

9월19일엔 같은 혐의로 기소된 주부 B(53·여)씨가 이 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B씨 역시 지인으로부터 부탁을 받고 2015년 9월부터 2017년 1월까지 54차례에 걸쳐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금괴 41.2㎏을 밀수한 혐의를 받았다. 추징금은 20억여원이 부과됐다.

금괴 운반 아르바이트는 일본 금 시세가 급등한 2015년 이후 빈발하기 시작했다. 2014년 일본의 소비세가 5%에서 8%로 인상돼 현지 금 시세가 크게 오르자 중국이나 홍콩 등에서 금괴를 산 뒤 일본에서 되팔아 시세 차익을 노리는 범행이 등장한 것이다.

실제 관세청이 적발한 금괴 밀수 규모는 2015년 95억원(201㎏), 2016년 445억원(959㎏), 2017년 1500억원(5098㎏), 지난해 2조3830억원(4만7851㎏)으로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인천본부세관 관계자는 "해외나 국내로 가방만 운반해주면 사례금을 주겠다며 유혹하는 경우가 있는데 가방 안에 마약이나 금괴가 들어 있을 수 있으니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