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복지운동 헌신 [유덕화] 경기복지시민연대 대표

 

▲ 유덕화 경기복지시민연대 대표가 우리 사회에 복지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br>​​​​​​​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 유덕화 경기복지시민연대 대표가 우리 사회에 복지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복지사회 그냥 오지 않아

시민 참여 … 당당히 권리 찾자

한국, 선별적-보편적 복지 길목

신청주의 대신 긴급대응 체제로

현장 잘아는 지방정부 주도해야



"21세기 복지사회는 그냥 오지 않습니다.사회복지는 자선이나 시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권리로서 당당히 찾아나가야 합니다."

출범 20주년을 맞은 경기복지시민연대의 유덕화(59) 대표는 복지연대의 존재 의의로 '시민의 권리 찾기'를 꼽았다. 즉 복지국가는 국가가 알아서 해주지 않고, 시민의 참여를 통해서만 바뀐다는 인식이 반영돼 있다.

복지국가의 첫 출발로 1601년 영국 엘리자베스 구빈법을 뽑는다. 구빈세 징수를 통한 구빈행정을 통일하고 노동능력 유무에 따라 빈민을 구분해 엄격한 형벌과 구제가 동시에 나타나는 형태다. 이때문에 빈민에 대한 상당한 인권억압적 처우를 계속했다.

결국 복지제도 출발이 개개인의 사회적 권리로서 확립된 것이 아니라 가부장적이며 온정주의적인 보호가 주를 이뤘고, 노동력 제공이나 치안유지라는 형태에서 국가에 대한 공헌과 복종의 반대급부로 제공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유 대표의 견해는 다르다. 국가가 시혜를 베푸는 정책을 추진하기 이전에 노동운동과 시민의 지속적인 요구가 밑바탕에 깔려있다는 것이다.

"복지국가라는 것 자체가 1601년 영국에서 빵을 주는 등 국가 차원에서 혜택을 준 것을 시작이라고 하는데 그 이전에 옥스포드 학생들이 지역복지를 위해서는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어요. 부랑아시설에 들어가고 그곳을 바꿔야한다는 거죠. 결국 시민의 참여와 노동권 투쟁 등의 요구에 국가가 움직인 거지, 국가가 알아서 움직인 것은 아니라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지역복지 운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참여 속에서 우리가 원하는 복지국가를 앞당길 수 있다고 믿는다.

"복지국가라는 뜻은 국가가 정책을 설계해서 시민들에게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국가는 알아서 해주지 않아요. 우리가 바꾸려는 욕구, 욕망, 움직임이 있어야만 비로소 되는저죠. 이같은 지역복지 운동 관점에서 보면 복지연대가 참 소중하고, 필요한 조직이라고 생각해요."

그가 1999년 창립한 복지연대에 참여한 것은 2010년이다. 당시 그는 진보신당 수원시장 후보에 도전을 끝으로 그동안의 노동운동과 정당활동을 접었다. 대신 지역복지로 눈을 돌렸다. 그는 '사랑에 빠졌다'라고 표현했다.

"2010년 지방선거 이후 한국사에서 정당이란 뭔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 활동을 그만 두고 제3의길을 걷기로 하면서 복지연대로 왔죠. 뭔가 마음이 편했어요. 죽을 때까지 지켜나가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아마도 노동운동을 하면서 함께 했던 동지들이 변하거나, 관계가 틀어지면서 생긴 아픔과 정당 생활에 지쳤던 마음이 복지연대 활동을 하면서 치유되서 그런가 봐요. 앞으로 지역복지를 위해 힘 닿는 때까지, 사랑에 빠진 것처럼 끝까지 갈겁니다."

현 복지의 방향은 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 가는 길목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복지'라고 하면 그냥 가난하고 게으른 사람들에게 놀고 먹기 좋으라고 돈을 국가에서 퍼준다거나 국가가 나서서 부자들에게 세금을 거두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퍼준다는 것이 '복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그는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누구나 누려할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난 탓에 생겨난 게 복지라고 한다. 이 차이는 바로 정확한 정보 전달의 부재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복지가 필요하다는 말에는 다들 공감하고 있지만 실제 이를 실행하려 할때 반대에 부딪치는 경우가 많아요. 재원 문제일 수도 있고, 왜 거기까지 도움을 줘야 되나는 인식 등 기준을 정해놓고 이를 벗어난 걸 싫어하죠. 중요한 것은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 즉 인권인데 말이죠. 핵심은 '누구나'인데 다들 '어디까지, 얼마나'에 초점을 둬요. 이는 왜곡된 인식과 부정확한 정보 전달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정책을 시민들이 느낄 수 있게 되면 보편적 복지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다고 봐요."

그는 경기도의 경우 민선7기 들어 시민사회단체에 제안한 정책이나, 스스로 좋은 정책을 많이 내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도와 도의회의 불협화음으로 도민 중심의 정책이 더디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도뿐만 아니라 정부도 마찬가지인데 촘촘한 전달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민생의 관점에서 한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지만 그동안의 도와 도의회 모습은 서로 발목잡는 느낌이 강해요. 삐걱거린다고 해야 되나. 그리고 정책의 문제이긴 하지만 행정의 '신청주의'를 개선했으면 좋겠어요. 아무리 좋은 정책이 있어도 복지라는 것 자체가 당사자가 신청하지 않으면 국가는 해주지 않아요. 고독사, 은둔형, 생계형, 주거 문제 등의 복지 문제를 긴급하게 대응하는 체계를 갖췄으면 해요."

이를 위해서는 현재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옮겨야 한다고 제언했다. 복지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의 정책은 현장이 중심이 돼야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복지 분야는 민간과 공공이 충돌할 가능성이 많아요. 그동안 민간 영역에 맡긴 정책을 해왔기 때문이죠. 대표적으로 사회서비스원이 있어요. 좋은 정책임에도 매끄럽지 못하죠. 정책에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죠. 커뮤니티케어 정책도 마찬가지에요. 중요한 것은 복지 권한이 막강한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에서 주도적으로 하는 거에요. 복지의 핵심은 현장이라서, 이 현장을 가장 잘 알고 있는게 지방정부이기 때문이죠."

시민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시민 교육과 토론의 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교육이란 기본적인 소양을 쌓을 수 있는 최소한의 공부를 말한다.

"제가 생각하는 시민 교육은 누군가 정해놓은 방향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 걸 의미해요. 스스로 품격과 자존감을 쌓고, 자신만의 체계를 세우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죠. 이 사람들이 모여 서로 논의하고 다듬어 가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스웨덴의 국민의집처럼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 의견이 달라도 공유하고, 토론하는 공간과 모임을 만들고 싶어요. 그게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봐요. 저는 자유롭게 의사를 말하고, 포용할 수 있는 사회, 참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자리, 자기 권리를 개진할 수 있는 구조 등 확 열린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그게 성숙한 사회 아니겠어요."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
 



<경기복지시민연대 창립선언문 일부>

당신이 복지인권 주인공


지금껏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바로 보지 못했다. 선 경제, 후 복지의 논리가 우리의 눈을 가렸고, '경제가 좋아지면 복지도 따라서 좋아질 것이다'라는 잘못된 환상이 우리의 머리속을 채웠다. 그 결과 우리는 소외된 이웃의 삶을 외면해 왔으며, 부실한 .사회복지와 엉성하기만 한 사회적 안전망을 그대로 방치해 버렸다. 진정으로 모든 구성원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서로 도와야 한다는 복지공동체의 미래상은 우리로부터 멀어져 있었다.


우리는 소외 계층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 권리가 보장되는 참복지가 실현될 때 진정한 공동체가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다.


참 복지의 실현은 동정이나 자선이 아니라, 바로 이웃에게도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데서 출발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복지공동체는 일회적이고 단편적인 시혜가 아니라 촘촘히 짜여진 사회적 안전망과 모든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의해서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경기복지시민연대는 자신이 바로 복지인권의 주인이며, 복지공동체를 실현해 나가는 주체라는 의식을 심어주고 소중하게 가꾸고자 한다. 또 이들과 함께 복지공동체의 대안을 세우고 실천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리고 우리는 지역 시민들과 함께 사회복지계의 관행화된 비리를 척결하고 지역복지를 개혁하기 위해 싸워 나갈 것이다. 시민들과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행정과 예산을 감시하고, 사회복지시설의 운영에서 사회복지정책에 입안에 이르기까지 대안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사회복지대상자를 볼모로 하는 그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도 맞서나갈 것이고 그 대열에 지역사회복지의 내일을 걱정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