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액 초라 … 연수구·강화군 잇단 폐지
"소비자 사로잡는 장점 고심해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인천 지자체들이 도입한 '지역화폐'가 시민들의 삶에 좀처럼 스며들지 못하고 있다. 소상공인과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정작 지역화폐 이용자가 극소수인 탓이다. 시민들이 지역화폐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만큼,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강화군에 따르면 2014년 12월부터 발행한 '강화사랑상품권'이 3년6개월 만에 폐지된다.
이달 7일 강화군 주민과 가맹점 관계자 등 1679명을 대상으로 한 지역화폐 찬반 설문조사에서 폐지 찬성 비율이 55.5%(932명)에 이르면서, 군이 지역화폐를 폐지할 명분을 얻은 것이다.

찬성자들은 지역화폐가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일부 가맹점이 은행이자보다 높은 상품권 할인율(평시 3%)을 이용해 구매 후 환전하는 등의 꼼수를 저지른다고 지적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강화사랑상품권 판매 실적이 주민들에게 영향을 줄만큼 활발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게 폐지 이유"라고 말했다.

이번 지역화폐 폐지는 2013년 폐지된 연수구의 '연수품앗이'에 이어 인천에서 두 번째다.
앞서 연수구는 2012년 1월부터 약 2년 간 지역 공동체 형성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연수품앗이라는 지역화폐 제도를 운영했었다.

지역 주민들이 재능 기부·자원 봉사 등의 활동을 하면, 가상 지역 화폐인 '냥'을 지급해 경제적 효과까지 노린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당시 가상 화폐에 대한 생소함과 주민 참여 부족 등으로 결국 폐지 절차를 밟게 됐다.
강화군이 지역화폐 사업에 손을 떼면서, 현재 인천에서 운영되는 지역화폐는 서구 연심회상인협동조합의 '동네사랑상품권'이 유일해졌다.
이 조합은 2016년 인근 대형마트 영업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보호하고자 동네사랑상품권을 만들었다.

그러나 상품권 홍보에 사용한 1000만원조차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는 등 초기 판매액은 초라한 수준이었다.
가까운 대형마트를 포기하고 사용할 정도로 상품권에 특별한 장점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런 상황 속에 지역화폐가 지역 경제에 녹아들기 위해선 새로운 해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역화폐가 성공하려면 지역화폐 홍보를 넘어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일본의 경우 2300여개의 지역화폐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천시 차원에서 지역화폐를 구입할 시 금전적 추가 혜택을 주는 등 소비자를 사로잡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