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시책 합동평가서도 지적
법정기준 못따른 미적립금 '2029억'
수년간 안전 관련 기금을 적립하지 않았던 인천시가 국정감사에 이어 정부 합동평가에서도 지적을 받았다. 법적 기준에 못 미치는 2000억여원의 기금 규모는 잠재적 재정 부담의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23일 인천시 자료를 보면 재해구호기금 적립·집행 실적은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2018년 국정시책 합동평가에서 '부진' 평가를 받았다.

시는 민선6기 4년 동안 재해구호기금을 한 푼도 적립하지 않았다. 재해구호법은 최근 3년간 보통세 연평균 금액의 0.5%를 재해구호기금의 최저 적립액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에서 정한 최소한의 금액도 외면한 셈이다.

재해구호기금은 재해가 일어났을 때 응급 구호와 생필품 지급, 유족위로금과 생계보조금 등에 쓰인다.
이 기간 시의 재해구호기금은 이자 수입에만 기대왔다. 2016년 말 329억5500만원이었던 기금은 지난해 이자 수입으로 6억6800만원만 벌고, 24억4500만원을 지출하면서 311억7800만원까지 줄었다. 시민 안전에 필요한 최소한의 투자마저 뒷전으로 밀어놨다는 지적은 낯설지 않다.

시는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재해구호기금을 법정 확보 기준액의 56%만 확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국감 이후 편성된 올해 예산에도 재해구호기금은 반영되지 않았다. 누적액으로 따져도 443억원이 부족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재해구호기금보다 활용 폭이 넓은 재난관리기금도 빈약하긴 마찬가지다. 재난관리기금은 670억1700만원(지난해 말 기준)이 조성돼 있는데, 법정 기준액보다 1586억원 모자란 것으로 전해졌다. 재난관리기금은 안전사고 예방과 장비 확보 등 안전관리 전반에 활용되는 돈이다.

다만 재난관리기금은 재해구호기금과 달리 올해 예산을 통해 336억5076만원(이자 수입 제외)이 담겼다.

관련 법마저 외면하면서 적립하지 않은 재해구호기금·재난관리기금을 합치면 2029억원에 이른다. 시의 공식 부채에는 잡히지 않지만 잠재적 재정 부담이 되는 금액이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 시 재정 상황이 여의치 않아 재해구호기금이 조성되지 않았다"며 "올해 재해구호기금 적립액에 해당되는 127억원을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