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교체·치유센터 등 무산 … 홀대론 솔솔
경기도 소방의 '숙원'이었던 노후 헬기 교체 등의 사업이 사실상 줄줄이 무산되면서 일선 소방관들이 허탈해하고 있다.

전국 최상위 구조 활동에 비춰 열악한 근무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경기소방 홀대론'까지 나오고 있다.

23일 소방청과 도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경기소방의 지난해 화재 출동만 무려 9799건으로 하루 26.8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국(4만4178건)에서 발생하는 화재 5건 중 1건(22%) 이상을 출동해 진압한 것이다.

소방관 1명이 관할하는 도민은 1721명으로 전국 평균 1186명 보다 535명이나 많다. 이와 함께 소방관들이 맡아야 하는 다중집합시설 등 대상물은 전국 4곳 중 1곳(24.1%)에 육박하는 48만8704곳이나 된다.

이처럼 소방인력이 크게 부족한 반면 업무가 과중하다보니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공·사상자도 전국에서 가장 많다. 지난해 다친 소방관은 전국 458명 중 경기소방이 141명에 달했다.

이 같은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도는 소방관 의료혜택 확대, 골든타임 사수 등을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다. 대표적인 게 '소방 복합치유센터 유치', '노후헬기 교체', '북부소방항공대 신설'이다.

소방치유센터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등 소방공무원 근무 환경에 특화된 12개 진료과목을 갖춘 병원시설이다.

도내 소방관들은 지역에 유치되길 희망해왔다. 많은 화재 등 소방출동 건수를 감당하면서 공·사상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소방청이 2016년 도내 소방관 6696명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벌인 결과 4389명(71%)가 건강이상자로 분류됐다.

그동안 소방관들은 '분당 서울대병원', '수원 성빈센트' '의정부 성모병원' 등 3곳 나뉜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양질의 통합 치료를 받지 못했다. 도와 재난안전본부가 '소방복합 치유센터' 유치에 뛰어든 것도 이 같은 배경이다.

도와 재난안전본부는 수원·고양·화성·용인·평택 등 5곳으로 대상지를 정하고 대대적으로 유치전에 나섰지만, 지난 16일 충북 음성이 치유센터 최종후보지로 확정됐다.

게다가 신형 헬기 도입 등 추진했던 사업들도 무산됐다.

도는 올해 5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중형(17인승)급 헬기 2대를 2020년 하반기, 2023년 상반기 각각 추가 도입하는 장기계획을 수립, 정부에 제출한 바 있다.

소방헬기 출동 건수가 크게 늘었고, 이를 대비한다는 취지에서다. 경기소방헬기가 중증외상 등 응급환자 구조를 위해 출동한 건수는 2015년 60건, 2016년 120건, 지난해 190건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타 시·도에 비해 헬기 노후화 정도가 낮다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탈락했다. 소방청의 예산지원 방침에는 구조활동과 관련된 세부적 기준이 없는 것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알려졌다.

사패산 등 경기북부 산악지역 구조 활동을 위한 필요성으로 논의돼왔던 북부소방항공대도 예산부족 문제로 불발됐다.

도내 한 소방관은 "화재 등 소방 수요가 가장 많지만 여러 사업이 무산된 것을 보면 경기소방을 홀대하는 것 같다"며 "낙후한 장비 등 열악한 현장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소방청 관계자는 "전문가 검증 등을 통해 국토 중심부에 있는 충북 음성군에 치유센터를 유치하는 게 가장 적합했다"며 "노후헬기 교차사업도 다른 시도에 비해 노후화정도를 고려해 순위에서 밀린 것이다"고 밝혔다.

/김현우·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