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어머니의 마음
울지도 못했다
▲ 김순복 지음, 황금알, 128쪽, 1만5000원
●농촌 어머니의 마음

김순복은 해남에서 유기농 농사를 지으며 그림을 그리며 시를 쓰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세상의 색채에 감동하여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그림을 그린다고 어머니는 못마땅했지만, 몽당연필이 닳아도 침을 묻히면서 그림을 그렸다. 그림의 대상은 농경의 풍경들과 우리들의 이웃이고 늘 고마운 자연을 그리고 있다.

13년 전 유일한 조력자 남편을 잃고 5년간 세상의 어떤 색도 보이지 않았던 시간이 있었다. 저자는 운명의 신이 내린 가혹함에 원망도 많이 했지만, 다시 긍정으로 돌아와 견뎌야 했다. 그러는 사이 타지에 사는 딸들은 파버카스텔 76색 수채화 색연필과 스케치북을 저자에게 보냈다.

"엄마는 그림 그리는 할머니가 될 거야"라는 엄마의 소망을 딸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저자의 그림이 알려지게 된 것은 유기농 호박을 재배하는 한살림에서 2017년 달력에 김순복의 그림을 연재하면서부터다. 800부를 찍었는데 보름 만에 완판됐다.

●울지도 못했다
▲ 김중식 지음, 문하과지성사, 154쪽, 8000원


'황금빛 모서리', '이탈한 자가 문득' 등으로 오랜 시간 널리 사랑받아온 인천출신의 김중식 시인의 두번째 시집이다. 그는 25년이라는 긴 공백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회자된 시집 <황금빛 모서리>(문학과지성사, 1993)로 독자에게 여전히 익숙한 시인이다.

1990년대 당시 시집 <황금빛 모서리>는 한국 시단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시집으로 손꼽힌다. 그의 시는 매우 실험적인 듯하면서도 시의 전통을 버리지 않았고, 시의 본령을 지키면서도 자유로웠다. 다소 자학적이고 자기파괴적인 시들이 담겼지만, 그때부터 생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남달랐다.

시집 <울지도 못했다>는 이전 김중식의 시 세계가 집중한 암담한 현실 인식 위에 그간의 다양한 생활 경험에서 비롯한 낙관성이 더해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악다구니의 고난 속에서 '울지도 못하고' 또 한 발자국 내딛어보는 이번 시집의 의지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시인은 뒤표지 글에서 "첫 시집이 고난받는 삶의 형식이었다면, 이번 시집은 인간의 위엄을 기록하는 영혼의 형식이다"라고 밝힌다.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의식을 담았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한 김중식, 그가 세상 밖으로 나가 땅에 발붙이고 치열하게 써낸 새로운 시 세계가 펼쳐진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